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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두기 1년, 민심은 ‘방역’보다 ‘생계’

입력
2021.02.17 20: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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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와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가 공동으로 뜨거운 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아본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4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알리는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다. /뉴스1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4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알리는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다. /뉴스1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이 신종 바이러스가 우리의 일상과 생계마저 위협하게 될 것이란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는 한 달 가량이 더 필요했다. 2월 18일 31번째 확진자가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대구ㆍ경북에 확진자가 급증하면서부터다. 2월 23일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자, 다음날 서울시는 확산을 막기 위한 7가지 종합대책과 함께 ‘시민 행동요령’을 공개했는데, 그중 하나가 ‘불필요한 외출 자제를 통한 사회적 거리 두기’였다. 당시 거리 두기가 1년 넘게 지속할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거리 두기가 언론에서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거리 두기는 지난 1년간 우리 건강의 확실한 수호자인 동시에 일상을 통제하고 생계마저 위협하는 '압제자'였다. 한국일보와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ISDS)가 공동으로 거리 두기에 대한 인식이 지난 1년간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살펴보기 위해 닐슨코리아의 버즈워드 시스템을 이용해 2020년 2월 1일~ 2021년 2월 14일 거리 두기 관련 뉴스 기사 총 108만1,194건, 뉴스 댓글 총 47만8,211건, 지식검색 총 9만9,522건을 빅데이터 분석했다. 관련 기사 분석이 거리 두기와 관련한 공적 관심이나 이슈가 무엇인가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면, 그 기사 댓글은 해당 이슈에 대한 민심을 살펴볼 수 있다. 또 지식검색은 거리 두기 관련 각종 행정 조치 등에 대해 사람들이 무엇을 궁금해했는지가 드러난다. 비교 분석을 위해 1차 대유행이 이어졌던 2020년 2~7월을 1기, 2차 대유행 기간인 8~10월을 2기, 3차 대유행이 진행 중인 2020년 11월~현재를 3기로 나눴다.

거리 두기 댓글 '혼란→방역→생계'로 변화

댓글연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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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기간별 비교를 통해 거리 두기와 관련한 민심의 변화를 분석했다.

1기에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혼란이 눈에 띈다. 댓글 연관어 1위가 마스크라는 점은 3월 9일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해야 했을 정도로 마스크 부족이 심각했던 상황을 보여준다. 이어 개학이 자꾸 연기되던 상황을 반영해 학교(7위) 개학(24위) 등교(32위) 등의 단어가 상위에 올랐다. 이 시기 거리 두기 관련 부정적 정서를 보여주는 연관어로는 ‘힘들다’(35위)가 가장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힘들다가 2기에는 55위, 3기에는 57위로 상대적 빈도가 줄어드는 점이 눈에 띈다. 거리 두기에 대한 적응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2기에는 6월 28일부터 거리 두기 명칭이 통일되고 유행의 심각성과 방역 조치 강도에 따라 1~3단계로 구분해 본격 시행되면서 관련 규칙을 익히려는 노력이 나타난다. 지식검색 연관어에서 ‘1~3단계’가 최상위에 올랐고, 댓글에서도 ‘3단계’가 7위, ‘2단계’가 15위를 차지했다. 또 2차 대유행 시작으로 거리 두기가 장기화하면서 소상공인ㆍ자영업자와 특수형태근로자 등 취약계층 지원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댓글에 경제(29위) 식당(49위) 자영업자들(50위) 등이 상위에 올라오기 시작했고, 지식검색에는 소상공인(21위) 재난지원금(35위)이 빈번하게 언급됐다.

3기는 거리 두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방역보다는 경제와 생계에 더 쏠리는 시기이다. 우선 지식검색 연관어가 이전보다 많이 증가하는데, 기준(4위) 내용(7위) 세분화(8위) 등 거리 두기 관련 영업 제한의 정확한 기준과 내용을 묻는 글이 쏟아진다. 또 9월과 2021년 1월에 지급을 시작한 2ㆍ3차 재난지원금(20위) 관련 문의도 폭증한다. 댓글에도 자영업자(21위) 식당(26위) 집합금지(64위) 등 영업 제한 관련 단어들이 상위를 차지했다. 특히 ‘죽다’같은 부정적 언어가 24위까지 상승해 거리 두기 피해 계층의 절박함을 절절하게 보여준다.

민심, 거리 두기 강화 또는 연장에 예민

거리두기 관련 포털뉴스·뉴스댓글·지식검색 언급량.jpg

거리두기 관련 포털뉴스·뉴스댓글·지식검색 언급량.jpg

다음은 거리 두기 관련 기사 댓글 지식검색의 생산량 추이를 비교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동일 주제에 대한 기사 댓글 지식검색 생산량이 시기적으로 연관이 끊어져 있다는 점이다. 댓글은 1기에 가장 많이 생산됐고, 기사는 2기에 가장 많았으며, 지식검색은 상대적으로 3기에 가장 많았다. 특정 주제에 관한 기사와 댓글 그리고 지식검색의 생산량은 서로 비례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 관계가 끊어졌다는 것은 거리 두기 1년 동안 언론의 관심과 독자의 관심이 괴리돼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각각의 생산량 피크 시점들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점을 짐작할 수 있다. 우선 하루 기준으로 가장 기사가 많이 생산된 날인 지난해 8월 31일은 수도권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다는 발표가 있는 날이지만, 10월 21일 거리 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날에도 비슷한 양의 기사가 생산됐다. 반면 댓글은 거리 두기가 강화되거나, 조치가 연장된 날에만 늘어난다. 가장 많은 댓글이 작성된 지난해 4월 4일은 고강도 거리 두기가 2주 연장된 날이었다. 민심은 거리 두기 강화나 연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분석을 진행한 배영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3기에 지식검색 활동이 활발하게 벌어진 것은 정부의 지원제도 관련 질의와 응답이 증가한 것으로 거리 두기 장기화로 인해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한국일보-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 공동기획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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