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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긴급 출금 두고 떠오른 ‘불능미수설’... 이규원, 형벌 감면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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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65)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출금) 의혹 사건 핵심 피의자인 이규원(44) 검사 측이 “2년 전 김 전 차관은 긴급출금 때문에 출국하지 못한 게 아니라, 사실상 자발적으로 출국을 포기했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검찰에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검사는 2019년 3월 말 김 전 차관의 해외 출국 시도 당시, 적법 절차를 위반해 긴급출금 조치를 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규원 검사의 이 같은 주장은 형법 이론인 ‘불능미수(不能未遂)’에 기대어, 위법한 긴급출금에 따른 형벌 책임을 감면받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불능미수란 ‘범죄 실행 수단이나 대상을 착오한 상태로 범행에 착수해 범죄의 결과 발생은 불가능하지만, 위험성이 있는 경우’를 뜻한다. 한마디로 ‘김 전 차관 긴급출금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사실은 효력 자체가 없었다’는 게 주된 골자다. 검찰 수사팀도 일단 이 부분을 검토하고 있으나, “타당성이 떨어지는 주장”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수원지검은 17일 이 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달 초 공익신고자 폭로와 언론 보도로 이번 의혹이 불거진 뒤, 그가 검찰에 출석한 건 처음이다. 이에 앞서 이 검사 측은 “내가 취했던 긴급출금 조치는 불능미수였다”는 주장을 담은 의견서를 수사팀에 제출했다. 소환 조사를 앞두고 먼저 서면으로 자신의 입장을 전한 것이다.
이 검사 측이 갑작스레 불능미수 카드를 꺼내든 건, 어찌 됐든 김 전 차관이 2년 전 ‘출국심사’라는 1차 관문은 무사 통과한 데에서 비롯됐다.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 22일 오후 10시25분쯤 인천공항에서 태국행 항공편 발권 및 탑승수속을 마쳤고, 오후 10시48분엔 출국장 자동출입국심사대도 통과했다. 출국이 저지된 건 이규원 검사 명의의 긴급출금요청서가 이튿날 오전 0시8분 공항에 접수된 이후였다.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 직원 5명이 항공기 탑승구 앞에서 김 전 차관을 만나 긴급출금 사실을 통지했고, 김 전 차관은 결국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출입국관리법은 긴급출금과 관련, “출국심사를 할 때에 출국금지가 요청된 사람을 출국시켜선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뒤집어 말하자면, 이미 출국심사를 통과한 단계의 김 전 차관에 대해선 긴급출금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다. 실제로 김 전 차관은 출국 시도 불발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공항 직원들이 ‘협조해 달라. 지금 떠나면 진짜 도피가 된다’고 말해 되돌아왔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규원 검사는 이런 사정을 들어 ‘당시 긴급출금 조치는 법적 효력(강제력)이 인정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입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김 전 차관이 ‘출국 포기’라는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했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도 결국엔 불능미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형법은 불능미수의 경우,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법 조항을 문언 그대로만 해석해 ‘출금 또는 긴급출금은 출국심사 단계에만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건 출입국관리법 제정 목적을 등한시하는 것이라는 평가다. 예컨대 출금 대상자가 탑승한 항공기에 대해선 출항 일시정지는 물론, 회항까지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문이 있다는 점에서, 이 검사 측 입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얘기다.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출금 제도 취지를 생각하면 ‘불능미수설’은 말장난처럼 보인다”면서 “궁지에 몰리자 혐의를 벗기 위해 만들어 낸 궁색한 논리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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