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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 '꿀보직', 정계진출 '간이역'…공기관 임원직 선호 이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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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권에서 공공기관 임원직에 기존 사람들을 밀어내고 자기 편이나 측근을 앉히려는 이유는 대부분 자리가 직위가 높고 고액 연봉을 챙길 수 있는데다, 감시가 덜해 책임은 피해갈 수 있는 '꿀보직'이기 때문이다. 수억원대 연봉과 업무추진비, 지역 인사들과 잦은 접촉이 가능해 향후 정치권에 발을 들여 놓기도 안성맞춤이다. 친(親)정권 인사들의 '정치권 징검다리'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이면엔, 경영능력이나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 깔려 있다.
21일 한국일보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등재된 공공기관 341곳의 연봉을 분석한 결과, 2019년 12월 기준 기관장 평균 연봉은 1억7,373만원으로 집계됐다. 36개 공기업 기관장은 연평균 2억512만원을, 95개 준정부기관은 1억8,065만원을, 210개 기타공공기관은 1억6,521만원을 받았다. 4억원대 연봉을 받는 기관장도 3명이나 됐다.
기관장급이 아니더라도 임원으로 구분되는 상임이사 및 상임감사 연봉도 1억원을 훌쩍 넘는다. 104개 공공기관 상임감사의 평균 연봉은 1억5,879만원에 달했고, 159개 기관의 상임이사는 1억4,623만원을 받았다. 장·차관급인 윤석열 검찰총장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연봉이 1억원대 초반인 점에 비춰보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공공기관 상임감사를 지냈던 A씨는 "직책수행경비나 판공비, 수당도 보장돼 누구나 선호할 수밖에 없는 자리"라고 귀띔했다. 게다가 소속 부처의 정책사업을 전국 단위로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 '폼 잡기' 좋은 자리로도 인식돼 있다.
공공기관 임원들이 경력쌓기에 좋은 널널한 자리라는 소문이 나다 보니 정치권 인사들은 정계 재진출을 위한 '간이역' 정도로 여기고 있다. 최근엔 정치 신인들까지 선거판에 뛰어들기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는 볼멘소리도 기관 내부에서 나온다.
지난해 4·15 총선 직전 공공기관 임원 10여명이 잇따라 사표를 제출했다. 이강래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김성주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이상직 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김광식 전 근로복지공단 감사 등이 대표적이다.
공공기관 임원들은 자리에 오래 머물지 않는 데다 '목적'도 따로 있기 때문에 경영 비효율은 물론 업무 연속성도 떨어진다. 특히 기관장 '타이틀'을 걸고 전국 각지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점 때문에 '이름 알리기' 용도로 활용되는 측면이 강하다. 이상직 무소속 의원은 공단 이사장 시절인 2019년 1~9월 자신 명의로 된 2,646만원 상당의 선물을 전북 도민 등 377명에 돌린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선물을 돌린 지역에 출마해 당선됐다.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조직 구성원들과 갈등도 빚기도 한다. 이강래 전 사장의 경우 2019년 12월 퇴임식을 열려다가 당일 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들에게 저지당해 무산됐다. 도로공사가 수납원 직접고용 관련 교섭에 나서기로 한 시점에 총선에 출마하겠다며 사표를 내자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임기가 1년 가량 남아 있었지만, 중요 현안 챙기기는 뒷전으로 밀리고, 총선 출마가 더 중요했던 셈이다. 한 사회부처 산하 공공기관 관계자는 "임원 선임 과정과 관련해 국회나 감사원 지적이 수년 전부터 잇따랐지만 어느 기관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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