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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톱 전설'을 시작한 이 남자 "아내 위해 돈 쓰니 기뻐"

입력
2021.02.19 08:00
수정
2021.02.1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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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 WSB의 스타, '로어링 키티' 키스 질
하원 증언서 통해 개인사 소개..."주가 조작 말도 안 돼"

자신의 유튜브 '로어링 키티'(Roaring Kitty)에서 방송하고 있는 키스 질. 유튜브 캡처

자신의 유튜브 '로어링 키티'(Roaring Kitty)에서 방송하고 있는 키스 질. 유튜브 캡처


미국 개인 투자자(개미)들의 연대로 '쇼트 스퀴즈' 현상을 불러일으키며 화제가 된 '게임스톱' 주식 열풍을 불러온 장본인은 금융 교육사업에 종사하던 개인 투자자였다.

레딧 아이디 'Deepf**kingvalue' 혹은 트위터와 유튜브 닉네임 '로어링 키티'로 더 알려진 키스 질(35)은 벼락 부자가 된 대신 주가 조작을 선동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으며 급기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됐다.

하지만 그는 18일(현지시간) 하원 출석 전 공개된 증언문에서 자신이 투자한 '게임스톱'의 주가 상승은 일시적이지 않으며, 더 높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쇼트 스퀴즈'로 큰 평가 수익을 얻은 것을 두고 "어려운 시절을 함께 한 아내를 위해 쓰게 돼서 기쁘다"고 밝히는 평범한 남편이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결혼 후 무직 투자자 되기도


'로어링 키티' 유튜브 방송 중 한 장면. 질은 자신이 주당 가격 4달러 수준인 게임스톱에 투자하는 이유를 한 줄로 "그 주식이 좋아서(I like the stock)"라고 요약한다. 유튜브 캡처

'로어링 키티' 유튜브 방송 중 한 장면. 질은 자신이 주당 가격 4달러 수준인 게임스톱에 투자하는 이유를 한 줄로 "그 주식이 좋아서(I like the stock)"라고 요약한다. 유튜브 캡처

키스 질이 하원 증언문을 통해 소개한 자신의 인생은 이렇다. 매사추세츠주 브록턴에서 자란 그의 부친은 트럭 운전수, 모친은 간호사였다. 세 남매의 첫째로, 4년제 대학을 2009년에 졸업했지만, 2008년 국제 금융위기의 여파로 일자리를 쉽게 잡지 못했다.

질이 투자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2010~2014년 가족의 지인이 운영하는 뉴햄프셔의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다. 투자자들의 주식 분석을 돕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였다. 자연히 기업의 장기 투자 가치를 분석하는 능력이 생겼다고 했다.

질은 부인 캐롤라인과 2016년에 결혼했지만, 2017년에 일자리를 잃었다. 그 후 약 2년간 사실상 무직 상태였다. 이 기간에 그는 주식 투자에 매달렸다. "얼마 되지 않은 저축을 어떻게든 늘려 보고자 절박하게 매달린 측면도 있었다"고 그는 밝혔다.

마침내 2019년 4월 그는 보험사인 매사추세츠 뮤추얼(매스뮤추얼) 생명보험에 취업했다. "처음으로 연 10만달러 이상을 받는 일자리에 취업했기 때문에 캐롤라인과 나는 이제서야 우리 삶이 나아진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그는 회고했다. 그는 게임스톱 주가가 급격히 오른 뒤인 올해 1월 말 퇴사했다.

바로 이 금융회사 취업 경력 때문에 일부는 그가 기업의 내부 정보나 고객의 자본 등을 활용해 투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매사추세츠 금융 당국은 질이 증권 중개인 면허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규정 위반이 없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질은 "내가 보험사에서 맡은 업무는 다른 투자자의 자산 운용을 교육하는 업무였을 뿐 자산운용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구독자 500명의 유튜버가 어떻게 시세를 조작하나"


레딧의 게시판(서브레딧) 월스트리트베츠(WSB)의 운영진이 트위터를 통해 전한 키스 질에 대한 집단소송 소식. 트위터 캡처

레딧의 게시판(서브레딧) 월스트리트베츠(WSB)의 운영진이 트위터를 통해 전한 키스 질에 대한 집단소송 소식. 트위터 캡처


17일(현지시간)에는 키스 질이 집단소송의 대상이 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미국 로펌 헤이건스버먼은 이날 "1월 22일~2월 2일 게임스톱 주식과 관련해 손실을 본 모든 이들"을 대리해 질과 매스뮤추얼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실제 개미 투자자들이 이런 소송에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레딧 게시판 '월스트리트베츠(WSB)' 운영진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그(질)는 자기 투자 내역을 공유했을 뿐인데 이런 식으로 감사를 받는단 말인가"라고 한탄했다.

질은 "내가 개인적 이익을 위해 게임스톱 구매를 선동했다는 의혹은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내 유튜브 구독자는 529명, 트위터 팔로어는 550명이 전부였다"며 "매일 밤 스트리밍을 해도 수십 명가량이 보는 것이 고작이었다"고 밝혔다.


"백만장자 됐다는 소식을 가족에 전해 기뻤다"


1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게임스톱 매장 모습. 뉴욕=AP 연합뉴스

1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게임스톱 매장 모습. 뉴욕=AP 연합뉴스

질은 "결과적으로 지금 나의 게임스톱 투자는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의 게임스톱 주식 평균 매입가격은 10달러 안팎이기 때문에, 주가가 주당 483달러까지 급등했다 45달러대로 내린 현재에도 평가 이익을 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질은 "지난해 12월에 게임스톱 주가가 20달러선에 올랐을 때도 나는 내 투자가 성공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쇼트 스퀴즈 등 주가의 급변동을 의도했다기보다 게임스톱이란 기업의 장기 가치를 믿었고 지금도 믿는다고도 했다.

질은 힘겨운 2020년의 끝에 그에게 찾아온 행운을 소중히 받아들였다. "우리 가족은 너무 어려운 2020년을 보냈다"는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 힘겹게 살아갔고, 여동생 세라를 6월 불의의 사고로 잃어야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질은 "우리가 백만장자가 됐다는 소식을 가족에게 전하게 돼 기뻤다"며 "그리고 나를 키워준 공동체, 무엇보다도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낸 부인 캐롤라인을 위해 (돈을) 쓸 수 있어 기뻤다"고 회고했다.

한편으로 그는 레딧과 유튜브, 트위터의 '동료' 개인 투자자들에게 공을 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유튜브와 트위터, 레딧의 WSB는 개인 투자자들이 협력해 월가의 분석 팀과 대등하게 승부할 수 있게 해 준다"며 "코로나19 시대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다른 투자자들과 대화하는 것은 안전하게 사회적 관계를 맺는 방법이었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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