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 선생 마지막 말 "김진숙 힘내라"

입력
2021.02.15 15: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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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서도 평화통일·노동자 권리회복 강조
고인 측 "악성댓글·명예훼손 법적 조치 검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15일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89세. 15일 오후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뉴시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15일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89세. 15일 오후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뉴시스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병상에서도 노동자 권리회복 등 사회문제에 큰 관심을 보였다. 백 소장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씨의 복직이다.

백 소장 유족과 장례위원회는 15일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은 병상에서도 한국 사회의 평화통일과 노동자와 민중의 권리가 회복되는 해방 세상를 위해 마음을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인 측에 따르면 백 소장은 한진중공업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에게 응원의 말을 전했다.

송경동 시인은 "(고인은) 마지막까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힘썼고, 김진숙씨 복직과 명예회복을 응원하면서 '김진숙 힘내라'라고 하루에 걸쳐 글을 적은 게 마지막 말"이라며 "모두가 한마음으로 선생님 뜻을 기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화를 받지 않는 것도 백 소장 뜻이었다. 양기환 장례위원회 대변인은 "선생님은 마음만 전하되, 조화를 보내려면 우리 사회에 소외된 사람과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달라고 했다"며 "선생님 뜻에 따라 조화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인 측은 백 소장에 대한 악성댓글과 악의적 명예훼손 등에 대해 법적 조치도 예고했다. 조영선 변호사는 "민주주의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지만, 조롱이나 비난, 악의적 명예훼손은 망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법적 검토를 거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소장 장례는 시민사회단체가 주축이 된 '노나메기 세상 백기완 선생 사회장'으로 엄수된다. '노나메기'는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백 소장이 평생 강조한 사상이다. 백 소장의 딸인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는 "아버님이 평소에 지켜나가려 한 노나메기 큰 세상, 진짜 해방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례위원회는 17일까지 일반 시민에게도 빈소를 개방하고 공식 조문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감안해 조문객 거리를 2m로 유지하는 등 철저히 방역수칙을 적용하고 음식은 제공하지 않는다.



윤한슬 기자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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