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 폐쇄로 몸집 줄이는 유럽 은행들, 코로나 탓? 덕?

입력
2021.02.1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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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어려움 앞세워 감원 가속도
온라인 등 비대면 사업 전환도 박차

9일 독일 대표 은행 중 하나인 코메르츠방크의 프랑크푸르트 지점 앞을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프랑크푸르트=EPA 연합뉴스

9일 독일 대표 은행 중 하나인 코메르츠방크의 프랑크푸르트 지점 앞을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프랑크푸르트=EPA 연합뉴스

유럽 은행들이 대대적인 오프라인 지점 폐쇄에 나섰다. 인력 감축을 부르는 구조조정에 주춤하던 은행들도 막강한 감염병 위력 앞에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각에선 금융기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덕에 숙원을 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감염병 장기 유행을 계기로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한 유럽 금융권의 현실을 전했다. 비대면 사업 전환 등 오랫동안 변화에 저항하던 유럽 은행들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점을 폐쇄하고 고객들을 온라인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팬데믹을 이용해 집 청소하는 유럽 은행들’이라는 기사 제목에서부터 ‘몸집 줄이기’가 유럽 금융계의 해묵은 과제임을 짐작케 한다. 대표 사례가 독일 2위 은행 코메르츠방크다. 코메르츠는 독일 내 인력 3분의 1 감축과 지점 절반 폐쇄 계획을 이달 11일 발표했다.

지금까지 유럽 은행들의 변화 속도는 상당히 더딘 편이었다. 10여년 전 남유럽에서 시작된 국가채무 위기 이후 쌓인 악성 부채를 해소하느라 고군부투했으나, 여전히 고비용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2019년 기준)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은행 지점 수가 49개로 미국(30개)보다 63%나 많다. 그러던 중 코로나19 위기가 닥쳐 경기 침체에 따른 부실이 더욱 늘어나면서 구조조정 반대 명분도 줄었다는 게 신문의 해석이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이 비용절감형 합병의 길을 열었고, 각국 정부도 감원이 뒤따르는 은행 합병 승인 문턱을 낮췄다. 팬데믹이 은행 구조조정의 정당성을 더해준 셈이다.

지점 폐쇄는 유럽 전역에서 추진되고 있다. 스페인 상위 5개 은행은 지난해 지점 8%를 폐쇄했고 추가 폐쇄도 공언한 상태다. 스페인 방키아 은행과 합병을 진행 중인 카이샤 은행은 지점(6,300개) 절반을 없앨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탈리아 인테사 산파올로은행은 이미 지난해 소규모 업체와 합병 후 수백개 지점의 문을 닫으면서 1만명가량을 감원했다. 컨설팅업체 커니 등에 따르면 전체 유럽 은행 지점(16만5,000개)의 4분의1이 3년 안에 사라질 전망이다.

‘다이어트’는 감염병 파고를 넘어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월스트리트와 비교하면 유럽 은행들의 고비용 구조는 심각하다. 지금도 이탈리아 최대 은행의 지점 수(4,000개 이상)가 규모가 훨씬 큰 미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비슷할 정도다. ECB 은행감독책임자인 안드레아 엔리아는 “팬데믹은 유럽 은행들이 더 급진적인 방법으로 (저수익ㆍ고비용) 약점을 해결하는 촉매제가 됐다”고 진단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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