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WHO 보고서 中 개입 안돼"... 코로나까지 양보 없는 미중 주도권 싸움

입력
2021.02.14 21: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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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국 불성실 이유 WHO? 보고서 불신
양국 첫 정상 통화부터 교집합 없는 대치?
트럼프와 달리 '대화 여지' 남겼단 평가도


2013년 12월 조 바이든(왼쪽) 당시 미국 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자료사진

2013년 12월 조 바이든(왼쪽) 당시 미국 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자료사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3주 만에 가까스로 성사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정상 통화는 예상대로 팽팽한 기싸움으로 끝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부터 인권, 대만, 홍콩 등 ‘핵심 이익’을 놓고 양측은 접점 없는 대치로 일관했다. 미국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 보고서까지 불신하면서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처럼 중국에 코로나19 확산 책임이 있다고 봤다. 다만 협력 여지가 있는 사안을 두고는 양국 모두 대화 신호를 보내 관계 개선 가능성을 완전히 접지는 않은 모습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미국은 코로나19 초기 조사 관련 의견교환 방식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며 “WHO 조사 보고서에 중국 정부가 개입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날 중국이 코로나19 기원을 찾으려는 WHO 조사팀에 초기 발병 사례 관련 미가공 원자료(로데이터) 제공을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따른 비판이다. 조사가 투명하지 않았던 만큼 코로나19 확산 책임이 여전히 중국에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앞서 11일 진행된 양국 정상의 첫 통화부터 미국의 공세는 거셌다. 바이든 대통령은 불공정 무역을 비롯, 홍콩 탄압과 신장위구르 지역 인권 유린, 대만 문제에 이르기까지 중국 정부가 민감해하는 사안을 한꺼번에 테이블 위에 올렸다. 시 주석도 “내정간섭을 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 양측의 깊은 앙금은 2시간이나 걸린 이례적인 첫 대화 시간에서도 잘 드러났다.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회동한 샤오메이친(왼쪽) 대만 주미대표와 성 김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 미국 국무부 동아태국 트위터 캡쳐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회동한 샤오메이친(왼쪽) 대만 주미대표와 성 김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 미국 국무부 동아태국 트위터 캡쳐


미국은 대중 압박 조치를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정상 통화 하루 전(10일) 국방부에 대중 국방전략을 수립할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한 데 이어, 당일 오전에는 성김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대행이 샤오메이친 대만 주미대표와 회동하며 보란 듯 대만과의 밀착을 과시했다. 첫 대화를 불과 몇 시간 남겨 두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대놓고 거스른 셈이다. 중국의 대응 의지도 명확하다. 영국이 “공산당 통제 속에 운영된다”며 CGTN방송 면허를 취소하자 중국 정부는 12일 BBC월드뉴스의 자국 내 방송 금지로 보복했고, 홍콩 공영방송 RTHK도 BBC 중계를 중단했다. ‘동맹 복원’을 선언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구상을 순순히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외신은 양국이 “은근한 대화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 더 주목하고 있다. 실제 두 정상은 기후변화, 무역 등 실리를 챙길 수 있는 분야에서는 협력을 강조했다. BBC방송은 “정상 통화는 ‘호의적 제스처’”라고 긍정 평가했다. 협력의 ‘뒷문’을 열어둔 신호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앱) 틱톡 매각 행정명령을 무기한 중단시킨 것, 그가 미 대통령 중 처음으로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ㆍ중국의 설)에 인사를 남긴 것, 중국 역시 바이든 대통령 취임 첫 주 미국산 옥수수 586만톤을 수입하면서 ‘성의' 표현을 한 것 등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사설에서 “미중 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 정상의 통화로 대화 토대가 마련됐다”고 진단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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