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선 숨긴 '코로나19 슈퍼전파자' 처벌,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21.02.11 20:00
구독
서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83일 만에 두 자릿수로 내려온 9일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중구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83일 만에 두 자릿수로 내려온 9일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중구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13개월 전인 2020년 1월 3일부터 집계된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누적 확진자는 8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1,500명에 이릅니다. 9일 네덜란드가 21번째로 '확진자 100만명 돌파 나라'에 이름을 올리고, 전 세계 누적 확진자가 1억명을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큰 숫자는 아닌데요.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일상생활과 생계가 큰 지장을 받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곳곳에서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국민들이 함께 고통을 참는 와중에 방역 규칙을 어긴 일부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사법 처리 결과들이 알려지면서 답답함이 더 커지고 있는데요.

대규모 감염이 발생한 주요 사건에는 어김없이 거짓 진술로 보건 당국을 혼선에 빠뜨린 일명 '슈퍼전파자'가 있었습니다. 기억나시나요.

5,214명의 확진자가 나온 대구 신천지발 감염, 1,173명이 감연된 사랑제일교회발 감염, 647명이 발생한 광복절 집회발 감염 등이 대표적인데요. 모두 초기 확진자가 감염 가능성이 큰 곳을 방문한 사실을 숨기거나,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도 동선을 숨겨 다수 확진자를 낸 경우입니다.

정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왔어요. 감염병예방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이 유행하면 의심자를 일정 기간 입원 또는 격리시키는 조치를 해야 하고 의심자는 이런 조치를 위반해서는 안 됩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해요. 형사 처분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지방자치단체별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잇따라 제기했습니다.

코로나19 발생 1년, 대규모 감염을 일으킨 슈퍼전파자들에 대한 소송전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처벌이 어디까지 왔는지 짚어봅니다.


① 의심 증상에도 제주 여행한 '강남모녀'... 3월 첫 재판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해 3월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코로나19 대응방역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제주=뉴시스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해 3월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코로나19 대응방역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제주=뉴시스

'강남 21번 및 26번' 확진자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음에도 4박5일 일정으로 제주를 여행한 뒤 확진 판정을 받았어요. 이후 지자체의 첫 손해배상 대상이 돼 국민들의 뇌리에 박혔습니다.

이들이 여행에 나선 때는 미국 유학생인 21번 확진자가 귀국한 지 닷새 만이었죠. 21번 확진자와 어머니인 26번 확진자는 지인과 함께 제주 여행에 나섰고, 첫날부터 오한과 근육통 등 의심 증상을 보여 인근 병원을 찾기도 했다고 알려졌습니다. 결국 서울로 돌아와 확진 판정을 받았어요.

제주도는 당시 이들이 첫날부터 의심 증상을 알고 병원까지 들린 점 등을 근거로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 방역 조치 등에 사용된 비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고의성 여부'가 쟁점이 되는 전국 첫 재판 사례인 데다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올라 20만명 이상이 참여한 사안인 만큼 재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요.

해당 재판은 지난달 29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연기돼 변론 기일이 다음달 19일로 정해졌습니다.


② 신천지 교회 '엉터리 명단'...'무죄'

3일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출입문에 폐쇄명령서가 붙어 있다. 법원은 이날 신천지 대구교회 지파장 A씨 등 8명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역학조사 방해 혐의(감염병예방법 위반)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대구=뉴스1

3일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출입문에 폐쇄명령서가 붙어 있다. 법원은 이날 신천지 대구교회 지파장 A씨 등 8명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역학조사 방해 혐의(감염병예방법 위반)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대구=뉴스1

국내 코로나19의 대규모 유행이 발생한 첫 번째 진원지는 신천지 대구교회였습니다. 당시 신천지 교인인 '대구 31번' 확진자를 시작으로 감염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일일 신규확진자는 한 자릿수에서 수백명 단위로 급증하는 등 이른바 1차 대유행이 본격화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방역 당국이 전체 교인 명단을 요구했지만 교회 측은 신원 노출을 꺼리는 교인 133명의 뺀 명단을 제출했고, 이만희 총회장의 사과에도 방역 당국과 경기도, 시민단체 고발로 재판에 넘겨졌죠.

당시 이 회장과 신천지 간부들은 방역 당국에 신도 명단과 집회 장소 등을 축소해 보고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대구시는 이어 신천지 예수 교회와 이만희 총회장을 상대로는 1,0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했는데요.

1월 이 회장과 신천지 간부들 모두 감염병예방법 위반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에 따르면 역학조사에 전체 교인 명단 제출은 본격 조사가 아닌 준비 단계여서 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판결의 취지였는데요.

이를 두고 역학조사 범위에 관한 법리적 쟁점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손해배상 소송의 경우 법원 심리가 진행 중인데요.

서울시도 지난해 3월 신천지 예수교회와 이만희 총회장에게 방역 업무 방해 등을 이유로 2억100만원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③ '이태원발 n차 감염' 부른 학원강사...'징역 6개월'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인천지역에 확산한 지난해 5월 인천시 미추홀구 한 학원 건물의 모습. 인천=연합뉴스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인천지역에 확산한 지난해 5월 인천시 미추홀구 한 학원 건물의 모습. 인천=연합뉴스

지난해 5월 이태원 클럽의 집단 발생을 시작으로 수도권 내에 하루 평균 39.3명의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슈퍼전파자로 알려진 '학원강사 102번' 확진자의 경우 방역 당국에 무직이라고 허위로 진술했고 휴대전화 위치정보 조회 결과 진술이 어긋나면서 거짓말이 드러났어요. 이후 감염은 수강생과 동료교사, 과외수업 대상 가족 등으로 확산했습니다.

결국 수강생이 방문한 코인노래방 등을 매개로 감염이 뷔페 식당과 쿠팡 물류센터 등 7차 감염으로 번졌는데요. 방역 당국은 이로 인해 인천 50명을 비롯한 8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102번 확진자는 지난해 5월 인천시로부터 경찰에 고발됐습니다. 경찰 소환 조사 직후 구속된 그는 결국 지난해 10월 1심 재판에서 징역 6개월형을 선고받았어요.

재판부는 "3번에 걸친 역학 조사에서 직업 및 동선에 대해 20번 이상 거짓 사실을 진술하고 은폐했다"면서 "(허위진술로 인해) 사회 경제적으로 큰 손실이 있는 등 구성원들이 겪어야 했던 손실이 이루말 할 수 없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④ "광주 안 갔다" 거짓 진술한 송파 60번...억대 소송 진행 중


광주 서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진단검사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광주 서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진단검사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7월 광주·전남 지역에서 12명의 확진자를 낸 '서울 송파 60번' 확진자의 거짓 진술도 방역당국에 큰 혼선을 줬습니다.

60번 확진자의 경우 광주를 다녀간 후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진행해 확진 판정을 받았죠. 당시 그는 자신의 확진 사실을 광주 친인척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보건 당국에도 광주 방문 사실을 숨겼는데요.

이후 광주·전남에서 그를 매개로 한 직·간접 확진자가 12명까지 늘었습니다. 대부분 송파 60번과 친인척 관계였어요.

광주시는 60번 확진자에 대해 1억8,300만원을 청구했고 현재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⑤ 2차 대유행 단초 제공한 '전광훈 목사'...소송전

지난해 8월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을 방역 관계자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지난해 8월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을 방역 관계자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지난해 8월 중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광복절 서울도심 집회를 중심으로 수도권 지역 내 종교 시설과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었습니다. 이른바 2차 대유행이라 불렸는데요. 이 시기 총 1만3,282명이 확진됐고, 고령층 확진자가 다수 발생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집회를 주도한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과 전광훈 목사를 고발했습니다. 관계자들은 당시 서울시의 지침을 어기고 대면 예배를 강행한 혐의를 들었고, 전 목사의 경우 자가격리를 위반하고 조사 명단을 은폐하는 등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를 들었는데요.

전 목사에 대한 재판은 아직 일정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교회 관계자들에 대한 첫 공판은 지난 1일 열렸는데요. 피고인 측은 "정부가 행정명령을 근거로 예배 참가자들을 처벌하겠다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시가 교회와 전 목사를 상대로 제기한 46억2,000만원의 손해보상 소송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사랑제일교회와 전광훈 목사에게 확진자들에 대한 진료비 중 공단부담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고요.



손효숙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