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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때문이지만…3㎞이내 무조건 살처분만 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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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시작합니다.
저는 달걀 생산을 목적으로 사육되는 닭입니다. 보통 산란계라고 불리죠.
이번 겨울은 닭과 오리에게 너무나 혹독합니다. 지난해 11월말 전북 정읍시 오리농장을 시작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하면서 현재까지 살처분된 가금류가 2,601만마리에 달합니다. 약 3,700만마리를 살처분하면서 최악의 피해를 본 2016년보다는 적지만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라고 합니다. 이는 2018년부터 바이러스 확산을 조기에 막는다며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AI 발생 농가 반경 500m에서 3㎞로 확대했기 때문입니다.
경기도는 지난 8일 현행 예방적 살처분 규정을 완화하고 일부 가금류에 대해 백신을 도입하자는 내용의 건의문을 농림축산식품부에 냈다고 밝혔는데요. 500m 이내는 예방적 살처분을 하더라도 500m∼3㎞ 범위 농장의 경우 지형 등을 판단해 살처분 여부를 결정하고 동물복지농장 등 확산 위험이 떨어지는 경우는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한 겁니다. 이어 구제역과 마찬가지로 일부 가금류에 대한 백신 접종을 건의했지요.
사실 예방적 살처분 지역 범위 확대를 떠나 농가의 위치나 사육 형태에 관계없이 무조건적 살처분을 해 온 데 대한 비판과 우려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동물보호단체와 수의사협회 등은 정부의 예방적 살처분이 유일한 해법인지 의문을 제기해왔습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사육 밀집도와 감염 위험성이 낮은 농장에는 살처분 적용에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데 저도 매우 동의합니다.
예방적 살처분만이 답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경기 화성시 향남읍 구문천리 동물복지농장 신안마을 양계장은 지난해 12월 23일 1.8km 떨어진 농장에서 AI가 확진되면서 살처분 대상에 포함됐는데요. 농장주는 닭 3만7,000마리를 살처분하는 대신 살뜰히 돌봤고, 정밀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타났습니다.
화성시는 네 차례나 강제 살처분을 집행하려 했지만 농가는 경기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집행정지에 대해 인용 결정을 하면서 살처분은 중단된 상태이지요. 최대 잠복기인 21일도 훌쩍 지났는데요. 시는 살처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지역을 보호지역에서 예찰지역으로 전환하지 않으면서 출하된 달걀 100만개가 그대로 농가에 남아있다고 합니다.
물론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건 잘 압니다. 하지만 실제 병에 걸려 죽는 닭과 오리보다 예방을 위해 살처분되는 수가 훨씬 더 많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AI 등 가축전염병 대비 살처분과 관련해 "3㎞가 최선인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더 늦기 전에 일률 살처분을 대신할 방안을 요청합니다. 예방백신 등 다른 대책을 고려하지 않고 땜질 처방만 고집한다면 사육과 살처분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지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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