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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이어' 황희, 의혹 해소 못하고 사과와 변명만

입력
2021.02.09 19:00
수정
2021.02.09 19:0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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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9일 국회 인사청문회는 '변명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황 후보자는 '월 생활비 60만원' 등의 논란에 대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사실상 문제는 없다"고 적극 해명하는 '투 트랙 전략'을 취했다. 그러나 야당은 "황 후보자가 무리한 해명으로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고 질타했다.

본회의 불참 스페인 여행·월 60만원 생활비 '일단 사과'

황 후보자는 이날 '20대 국회의원 시절 스페인 가족여행을 가느라 국회 본회의에 불참했다'는 지적에 "결과적으로 부적절한 처사였다"며 사과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황 후보자는 억울함도 피력했다. "그때 본회의가 늦게 개의해 참석하지 못한 의원들이 저 말고도 많이 있었다"며 "당시에 솔직하게 SNS에 가족과 스페인에 왔다고 사과문도 올리고 지적도 많이 받았던 일"이라고 부연했다.

황 후보자와 배우자, 딸이 2019년 한 해 동안 720만원(월 60만원)만 사용해 '오병이어'(예수가 다섯 개의 떡과 두 마리의 물고기로 5,000명을 먹인 일화)의 기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데 대해서도 "부적절한 처사였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황 후보자는 "언론에 나온 월 60만원 사용은 일부만 계산된 것"이라고 적극 반박했다. 월세, 교육비, 보험료와 배우자 카드값 등을 합치면 실제 지출은 월 300만원 정도였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황 후보자의 해명도 석연찮다는 게 국민의힘 주장이다. '월 60만원 생활비'는 황 후보자의 2019년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 등을 근거로 월세를 제외한 의료비, 교육비 등을 모두 더해 추산한 것인데, 황 후보자의 해명대로라면 숨겨진 소득원이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배우자의 카드값은 황 후보자의 2019년 연말정산 내역에 아예 빠져 있었다"며 "알 수 없는 소득원이 있는 것은 아닌지까지 의심된다"고 맞받았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9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9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자녀 유학 비용은 처형·동생에 도움 받았다"

황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모두 부인했지만, 속시원한 대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배우자와 딸의 5년간의 미국 유학 경비를 어떻게 조달했는지 묻는 야당 의원들의 추궁에 황 후보자는 "당시엔 국회의원도 아니어서 개인적으로 상당히 어렵고 힘든 시기였다"면서 "미국에 사는 처형과 동생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딸을 조기 유학 보내기 위해 부인이 '편법 유학'을 간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부인했다. 황 후보자는 "딸은 알링턴의 차상위계층 아이들이 다니는 공립학교에 무료로 다녔다"며 "아이를 위해 유학을 보냈으면 그 학교에 다니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알링턴은 보스턴 외곽에 있는 아주 잘 사는 지역"이라며 "그런 곳에 '차상위 학생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황 후보자가 고교평준화를 주장하면서 딸은 자율형사립고에 입학시킨 것을 두고 '내로남불'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딸이 직접 응시해 합격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반발에도 황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신상 관련 의혹은 대부분 충분히 해소됐다"며 야당과 정반대 평가를 내놓았다. 이런 분위기라면, 황 후보자가 야당의 동의를 얻지 않고 임명되는 29번째 장관급 인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지현 기자
김단비 인턴기자
장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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