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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량 적고 치맛바람 줄어" 코로나 속 초등 입학 걱정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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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부모에게 3월은 두려운 달이다. 학교에 적응하는 아이 자존감을 세우고, 방과후 일정을 짜다 보면 한 달이 금세 지난다. 입학 전 선행학습이 필요한지, 학부모 모임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어떤 요령이 필요한지,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해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실시되면서 학부모들의 걱정도 부쩍 늘었다.
초등 입학 전 학부모들이 알아두면 좋을 정보를 현장 교사들에게 물었다. ‘초등 학부모 입문서’의 저자 이유남(서울 영문초)?조성희(서울 명신초)?한상희(서울 충암초) 교사, ‘초등 집 공부의 힘’의 저자 이진혁(경기 창현초) 교사가 함께 했다.
지난해 원격수업이 시작된 이후 학생들의 학력격차, 학습결손을 우려하는 설문조사가 종종 발표되곤 했지만, 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초등 1학년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입학 후 한 달은 공부보다 학교적응방법을 가르친다는 게 정확하다”(이진혁)는 설명이다.
이보다는 ‘유치원 시절’ 습관과의 이별이 중요하다. 유치원에서는 먹고 입는 등 생활 대부분을 교사들이 챙겨주지만 학교에서는 아이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 겉옷 입고 벗기, 급식먹기, 대소변 가리고 뒤처리하기 등을 혼자 하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한상희 교사는 “등교시간이 등원시간보다 빨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도 길들여야 한다. 자기 물건 챙기고 정리하는 습관, 단추?지퍼 채우는 습관 등 기본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 입학 후 당황하지 않게 2~3개월 전부터 연습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수업 시간 내내 책상에 앉아 있는 게 힘들 수도 있다. 가정에서 일정 시간 의자에 앉아 있는 연습을 통해 초등 입학 전 올바른 태도를 기를 수 있다.
올해 둘째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부모들은 안다. ‘코로나 시국에 1학년이라 다행’이라는 사실을. 그만큼 학습량이 많지 않다는 말이다. 받침 있는 한글을 읽고, 두 자릿수 덧셈?뺄셈을 할 줄 알면 1년 공부를 다 마친 것과 같다. 다만 일부 교사는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결손이 우려되는 부모라면 기본적인 읽기?쓰기를 가르쳐 학교에 보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맞춤법을 완벽하게 알지 못해도 교과서를 읽거나 알림장을 쓰는 정도면 된다.
교사들은 3월까지 남은 시간 동안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한상희 교사는 “이 시기 아이들은 읽기능력보다 듣기능력이 앞선다. 한글을 깨친 아이에게도 부모가 책 읽어주는 건 굉장히 유효한 학습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학교 풍경은 180도 달라졌다. 모든 구성원이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 교실 포스터는 ‘친구가 아무리 좋아도 다가가거나, 말하지 않아요’라고 아이들을 훈계한다. 쉬는 시간에는 ‘거리두기’에 맞춰 화장실을 이용하고, 미로찾기 같은 ‘놀이 꾸러미’를 받아 혼자 논다. 딱딱한 새 규율을 몸에 익혀야 하는 아이들에게 학교란 공간이 지루하고 두려운 공간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설 연휴 전후로 반 배정이 끝나면, 아이와 학교에 미리 가 볼 것을 추천한다. 조성희 교사는 “학교시설, 주변 건물들을 설명해주고, 가능하면 교실에 들어가 책상도 둘러보는 게 적응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칸막이 있는 개인 책상에 책과 필통을 어디에 둘지 함께 얘기해 보는 것도 좋다.
자녀가 지난 한 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마스크를 내내 써본 만큼, 입학 후 마스크 착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각지대는 급식실이다. 1학년도 4교시 후 점심을 먹고 하교하는 학교가 많다. 밥 먹을 때 빼고는 마스크를 절대 벗지 말아야 한다고 아이에게 일러두자. 다만 마스크를 쓰고 머리가 아프거나 숨이 가쁘면, 손들고 선생님에게 이야기하라고 알려줄 필요가 있다.
한나절, 돌봄교실을 이용할 경우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쓴 채 낯선 공간에서 생활한 아이는 온몸이 긴장상태다. 이유남 교장은 “부모 없이도, 하루 종일 아무 사고 없이 잘 지냈다는 사실을 칭찬해줘야 한다. ‘네가 씩씩하게 학교에서 생활한 덕분에 엄마 아빠가 직장에 잘 다녀올 수 있었어서 고맙다’고 칭찬을 반복해주라. 코로나로 학교에서 친구들과 얘기 나누기가 어렵다. 방과후 아이들이 하는 말을 단 5분이라도 귀 기울여 들으라”고 조언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까지 초등 1,2학년의 매일 등교를 권고했지만, 교사 상당수는 원격수업이 부분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수도권 거리두기가 2.5단계로 매일 등교 권고 기준을 넘어선데다, 교내 확진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가장 권하는 원격수업 기기는 노트북과 데스크톱이다. 상대적으로 화면이 작은 태블릿PC보다 집중하기 좋기 때문이다. 화면이 작은데다, 각종 ‘딴짓’할 가능성이 있는 스마트폰은 초등 1학년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 기기를 마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학기 초, 학교에서 지원 신청을 받을 때 신청하면 된다. 담임교사가 비밀리에 처리하므로 가정 형편이 알려지는 걸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온라인수업은 담임교사가 ‘줌’ 등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실시간 쌍방향으로 진행할 수도 있고, EBS 방송 등을 볼 수도 있다. 입학 직후 자녀에게 기본적인 기기 조작법을 알려줘야 한다. 3월 한 달은 온라인 수업 플랫폼 로그인하는 방법 등 자녀가 기기 사용에 익숙해지게끔 보호자들이 한 공간에 머물며 도와주는 게 좋다. 온라인수업을 부모가 끝까지 다 볼 필요는 없다.
아이 입장에서 노트북의 전원을 켜는 순간 ‘등교’했다고 인지하게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 이진혁 교사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정해진 분량을 학습하는 게 공부 습관을 잡는 데에 중요하다”면서 “30분에서 1시간가량 책상에 앉아 글씨 연습하고 수학 연산 2~3쪽 푸는 정도”라고 말했다. 때문에 교사들은 “가능하다면 3월 육아휴직”을, 휴직이 불가능하다면 돌봄교실을 적극 이용하라고 권고했다. 이유남 교장은 “저희 학교에만 돌봄 이용학생이 100명이 넘는다”면서 “돌봄은 정부에서 엄청나게 투자하고 있다. 학생이 많아 돌봄교실이 부족할 경우에는 ‘연계형 돌봄’으로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코로나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라고 권했다. 그래야 학교라는 낯선 환경을 접할 자녀가 느낄 부담도, 우울감도 적다.
예컨대 모두가 마스크를 쓰는 이 시국에는, 원격수업을 하는 날에만 담임 선생님과 친구들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역시 모두가 교실에서 말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내성적인 아이도 주눅들지 않고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다. 학부모 반 모임은 줄어들었지만, 서로가 잘 모르는 만큼 ‘치맛바람’ 일으킬 소지도 줄었다.
이유남 교장은 “맞벌이 학부모도 퇴근 후 곧장 집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 가족끼리 함께하는 시간은 더 늘었다”면서 “이 시기를 ‘기회’라고 생각하고, 가족끼리 함께할 각종 계획을 세워볼 것을 권한다. 입학 후 온가족이 함께 읽을 독서리스트를 함께 만들거나, 운동계획을 짜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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