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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스윙보트를 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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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출시된 ‘스윙보트(Swing Vote)’는 할리우드 스타 케빈 코스트너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제작에 참여하고 직접 주연을 맡은 영화다. 일상의 책임감과 목적의식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주인공 버드의 재투표 한 표가 미국 대통령을 결정하는 스윙보트가 됐다.
후보들은 버드의 취향과 관심을 좇는 치열한 표심 잡기 경쟁을 벌이고, 언론은 이를 교묘하게 부추긴다. 정당 정책이 하루아침에 바뀌고, 지키지 못할 공약이 남발된다. 자신의 한 표의 무게를 절감한 버드가 의미 있는 웃음을 지으며 투표소로 들어가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황당한 소재의 코미디 영화가 새삼 다시 떠오른 이유는 다가오는 또 한 번의 선거 때문이다. 무책임한 공약 남발의 블랙 코미디가 우리 현실에도 이미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선자의 임기는 1년2개월이 조금 못 된다. 그런데 예비 후보자들은 4년 임기 시장도 하기 힘든 공약을 연일 토해 내고 있다.
한 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소위 ‘21분 공약’을 내세우며 출퇴근, 통학, 병원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궁극적으로 탄소 제로 사회를 만들겠다고 한다. 대도시의 교통, 교육, 의료 복지 인프라를 재편성하는 매우 혁신적인 공약이다. 그러나 임기 중 이를 달성하려면 엄청난 신통력이 필요하다. 불도저식 행정이 불가피한데, 이를 위해서는 시민적 협의 과정을 생략하고 규제의 벽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무리수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를 ‘다수의 폭정’이라고 부른다. 일단 일을 벌이고 연임하면 된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또 다른 시민의 선택 문제다. 미래는 있으나 현실은 없는 공약이다.
한 야당 예비후보는 결혼과 출산 시 최대 1억원 이상의 보조금 공약을 제시했다. 청년 세대의 아픔을 보듬고자 준비된 야심 찬 공약이다. 그러나 이 보조금이 다음 세대 서울시민의 행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결혼과 출산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가족의 의미는 과연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자리 잡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이 없다. 현재만 있고 미래는 없는 ‘포퓰리즘’ 공약이다.
선거전이 뜨거워지면 결국 여당 후보는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자신을 지지해 달라 하고, 야당 후보는 정권 심판을 위해 자신을 지지해 달라 호소할 것이다.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선거전략이라는 것을 정치인 출신 후보들은 잘 알고 있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다. 지역자치 행정의 고유 영역을 국가 권력을 둘러싼 정쟁의 볼모로 언제까지 계속 활용할 것인지 묻고 싶다
영화 속에서 버드의 열두 살 딸 몰리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속박에서 자유로, 자유에서 번영으로, 번영에서 만족으로, 만족에서 무관심으로, 그리고 무관심에서 다시 속박으로.”
현실 정치가 우리를 자주 화나게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무관심을 떨치고 스윙보트를 해야 한다. 시민 스스로가 지역공동체의 미래를 걱정하고 얘기해야 한다. 투표를 통해 속박의 시대를 넘어 다시 자유의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1859) 서장에서 말한 ‘시민적, 혹은 사회적 자유’를 회복해야 한다. 몰리는 밀의 논지를 평이하게, 그러나 매우 분명하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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