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백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맞아도 된다"… 그러나 여전한 효능 논란

입력
2021.02.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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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부 장관이 8일 파리 인근 믈룅의 한 병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공개 접종하고 있다. 믈룅=AFP 연합뉴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부 장관이 8일 파리 인근 믈룅의 한 병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공개 접종하고 있다. 믈룅=AFP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효능을 놓고 세 대결이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보건 컨트롤타워인 세계보건기구(WHO)까지 나서 백신 접종을 권유했지만, 논란은 외려 증폭되는 양상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발(發) 변이 바이러스에는 이 백신의 예방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결정타가 됐다.

WHO와 함께 코로나19 백신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를 이끄는 리처드 해쳇 감염병혁신예방연합(CPEI) 대표는 8일(현지시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생명을 살리는 중요한 도구”라며 “폐기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여전히 기존 바이러스가 훨씬 우세하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뛰어난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코백스는 이달 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억3,000만도스를 공급할 예정이다.

WHO는 백신 효능을 판단하기엔 연구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남아공 변이 관련 임상시험 참가자가 단 2,000여명뿐이라 표본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백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1ㆍ2차 접종 간격을 4주로 설정한 짧은 시간도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봤다. 케이트 오브라이언 WHO 예방접종 책임자는 “접종 간격이 더 벌어지면 효능도 더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의견은 남아공 내부에서도 나온다. 살림 압둘 카림 남아공 코로나19 자문위원회 공동의장은 “이 백신이 중증 질환을 예방하지 못한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고 거들었다. 전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보류했던 남아공 보건당국은 방침을 바꿔 우선 10만도스를 단계적으로 접종하면서 예방효과를 추적ㆍ관찰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남아공 변이가 수개월 내 지배종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조너선 반 탐 영국 최고의료 부책임자는 “지금 당장 위협이 되는 건 영국 변이 바이러스인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효과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영국 변이는 현재 70여개국에 퍼져 있고, 미국에선 다음달에 지배종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변이 바이러스가 코로나19 극복을 어렵게 만드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표본이 작다지만 이날 영국 옥스퍼드대와 남아공 비트바테르스란트대가 내놓은 임상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남아공 변이 예방효과는 10%에 그쳤다. 심지어 연구를 이끈 샤비르 마디 비트바테르스란트대 교수는 “표본을 늘려 다시 시험을 해도 효과가 40~50%대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수그러들지 않는 논란 탓에 각국의 백신 접종 계획은 막대한 차질을 빚는 중이다. 로이터통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남아공 변이에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건 다른 백신도 그럴 수 있다는 불길한 신호”라며 “백신이 변이에 잘 대처하지 못하면 지구촌은 이전보다 더 길고 값비싼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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