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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지원 쏟아내는 서울시장 선거, 무책임하다

입력
2021.02.09 04:30
27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예비경선을 통과한 오신환(왼쪽부터), 오세훈, 나경원, 조은희 예비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본경선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예비경선을 통과한 오신환(왼쪽부터), 오세훈, 나경원, 조은희 예비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본경선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장 보궐선거전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여야 후보들이 현금지원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임기가 1년여에 불과하지만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들은 대선주자급이다. 대체로 저출산 대책, 자영업자 지원책들인데 규모와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부동산 대책으로 내놓은 대출이자 지원공약이 대표적이다. 나 후보는 공공주택 공급 공약을 내놓으면서 이 주택에 입주하는 청년과 신혼부부 출산가구에 초기 대출이자를 3년간 지원해 주겠다고 했다. 서울에서 독립해 결혼해 아이를 낳을 경우 단순 계산으로 최대 9년간 1억1,7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규모다. 같은 당 오신환 예비후보는 이를 두고 “대충 계산해도 5조원은 족히 소요된다”며 나 후보를 “나경원인가 나경영인가”라고 꼬집었다. 선거 때마다 재원 대책 없이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는 공약을 꺼내는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표에 빗댄 것이다.

나 후보뿐 아니라 대부분 후보들이 무이자 대출이나 현금지원성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자영업자에게 2,000만원 무이자 임대료 대출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손주 한명당 최대 20만원의 손주돌봄수당을 공약으로 내놨다. 대부분 재원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존폐위기에 몰린 자영업자 문제,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대해 정치인들이 문제 의식을 품는 것은 합당하다. 그러나 해법으로 대동소이한 현금지원성 공약을 내놓는 건 안이하다. 예컨대 정부와 지자체가 저출산 대책으로 지난 14년간 210조원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이 오히려 낮아진건 현금복지만이 해답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현금복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사회서비스(공적 돌봄 노동) 투자, 일자리의 불안전성 문제 해결 등 ‘삶의 질’을 입체적으로 높이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 문제다. 재난시기 취약층에 대한 긴급한 현금지원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풀 문제를 가시성 높은 현금지원으로 풀겠다는 시장후보들의 약속은 구태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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