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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만명 방문? 제주가 코로나 도피처도 아니고 불안해요”

입력
2021.02.09 04:30
수정
2021.02.09 11:1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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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 특성상 외부 요인 직접 영향
연휴 등에 인파 몰리면 도민은 불안
지역경제 침체 우려에 전전긍긍

설 명절을 나흘 앞둔 지난 7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산을 찾은 관광객들이 활짝 핀 유채꽃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오는 10~14일 설 연휴 기간 제주 방문객은 총 14만3,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뉴시스

설 명절을 나흘 앞둔 지난 7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산을 찾은 관광객들이 활짝 핀 유채꽃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오는 10~14일 설 연휴 기간 제주 방문객은 총 14만3,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뉴시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설 연휴까지 이어지게 되면서 연휴 기간 고향 대신 제주도로 14만명이 찾는다는 소식에 제주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작년 8월 여름 휴가철 등 육지에서 손님들이 몰려올 때마다 도내 확진자 급증을 목격한 경험치가 작동하는 탓이다. 그러나 관광이 주력산업이라 이 같은 분위기를 내색하기 어려운 도민들을 위해 원희룡 제주지사가 뭍을 향해 “입도 3일 전 코로나19 검사”를 강력 권고했지만, 강제사항은 아닌 터라 효과는 미지수다.

8일 제주도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오는 10~14일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과 귀성객은 14만3,000명에 이른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전이던 지난해 설 연휴(1월24~27일)에 비하면 30%가량 줄어든 규모지만, 방학이던 지난달 일평균(약 1만5,000명)에 비하면 갑절에 가까이 많은 수치다. 서귀포에서 미용실을 하는 최모(46)씨는 “특히 최근 비수도권 식당과 카페 등의 영업제한 시간이 오후 10시로 1시간 늘면서 더 많은 사람이 늦게까지 모여 있을 텐데,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관광 1번지’ 제주도는 지난 1년 동안 외부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작년 2월 21일 고향 대구집을 다녀온 해군 장병 A(22)씨가 제주 첫 확진자로 기록된 때로부터 제주를 다녀간 관광객과 타지역을 다녀온 도민들의 확진 판정으로 지역사회 전체가 코로나19 공포에 들썩였다. 지난해 4월 대구 신천지교회 집단감염 사태, 5월 초 황금연휴, 8월 여름 휴가철, 9월 코로나19 2차 유행과 추석 연휴, 연말 3차 대유행 등 위기 때마다 ‘코로나19 청정지대’ 제주도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도 관계자는 “관광이 주력산업인 제주 특성 탓에 도민들은 육지 사람들 방문에 뭐하고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며 “속앓이만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제주도로 신혼여행객 등 내국인의 방문이 이어져 지난 한 해 ‘제주도 재발견’ 수준으로 인기를 끌었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신혼여행객들이 몰리면서 수십년 만에 제주는 원조 ‘신혼여행 메카’ 위상을 되찾았고, 고사 위기에 몰렸던 골프장들은 예약 전쟁이 벌어질 정도로 코로나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입도 사흘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음성판정확인서를 제출할 경우 공영관광지 29곳의 입장료 전액 면제 대책을 제주도가 내놓은 것도 관광산업은 살리면서도 주민들의 불안은 낮추기 위한 양면책이다.

시각물_제주 방문 관광객 현황.

시각물_제주 방문 관광객 현황.


관광업계는 이번 설 연휴 입도객 중 상당수가 관광객일 것으로 보고 있다.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3인 이상 가족의 부모님 방문은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1년간 이어진 코로나 사태로 갑갑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이번 연휴에 비교적 덜 붐비는 섬을 공략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0ㆍ여)씨는 “웬만하면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여행을 가려 했지만, 1년 동안 코로나19가 짓눌려 지내면서 쌓인 답답함이 한계에 달했다”며 “이번 연휴 제주도행 비행기표를 끊었다”고 말했다. 현지 렌터카업체 대표는 “5인 이상 탈 수 있는 미니밴, 승합차 예약률이 현저히 낮다”고 전했다.

도민 이모(42)씨는 “제주는 코로나19 도피처가 아니다. 관광객들은 오랜만에 여행이라서 즐겁겠지만, 여기 사는 주민들은 연휴 등 관광객이 몰릴 때마다 외출도 제대로 못 한 채 지낸다”며 “설 연휴 제주에 와서 쉬더라도 최소한 방역수칙과 거리두기를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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