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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굴기’ 탄력 받는 중국…마크롱 “서구 지도자들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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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백신 굴기(?起ㆍ우뚝 섬)’가 거침이 없다. 중남미, 아프리카, 아시아를 넘어 최후의 보루인 유럽까지 공략할 기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에서 벗어나려는 중국의 물량 공세가 백신을 갈구하는 각국의 요구와 맞아떨어지고 있다.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을 수입했거나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국가는 지난달 중순만해도 17개국에 그쳤다. 하지만 현재는 최소 28개국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중국은 인민해방군이 직접 파키스탄과 캄보디아 군에 백신을 전달하기도 했다. 중국이 백신을 군사외교의 수단으로 활용한 것은 처음이다.
무엇보다 깐깐하던 유럽연합(EU)이 중국으로 기울고 있다. 터키, 헝가리, 보스니아, 세르비아에 이어 오스트리아, 체코 등이 중국산 백신을 향해 무한신뢰를 보내는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5일 “EU에 등록되지 않은 백신을 활용해 접종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 발언을 전했다. 앞서 중국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한 헝가리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중국산 백신을 먼저 들여온 주변국의 선례가 연쇄효과를 일으킨 셈이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한술 더 떠 “누가 개발했든, 가장 빨리 안전한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승인이 나면 중국 백신을 생산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오랜 우방국들도 백신만큼은 중국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속속 동참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중국산 백신으로 접종률을 높이고 있는 세르비아를 거론하며 “EU는 코로나 백신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모든 백신이 환영 받는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둘러싼 유럽의 갈등이 대중 인식을 바꾼 것이다. 실제 세르비아의 인구 100명당 접종자 수는 0.23명으로 독일(0.13명)보다 많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8일 “유럽이 중국 백신을 접종하지 않을 타당한 과학적 이유가 없다”는 독일 의료 전문가의 발언을 전했다.
프랑스는 중국의 위세에 고개를 떨궜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과의 대담에서 “중국이 백신 접종 초기에 거둔 외교적 성공은 서구 지도자인 우리에게 약간 굴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열세를 인정했다. 이에 펑둬자(封多佳) 중국백신산업협회장은 “EU가 중국 백신을 승인하면 새로운 협력의 장이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은 자국 백신 수출뿐 아니라 해외 제약사의 위탁생산에도 참여하고 있다. 전 세계 백신 공급망의 주도권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장쑤성에서 만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원료 88리터(280만회 접종 분량)를 6일 브라질에 보낸 것도 그 일환이다. 그러면서 “중국은 높은 위험과 낮은 수익에도 불구하고 적극 지원하는데 한국과 일본은 투자를 꺼리면서 대체 무엇을 하느냐”고 으스댔다.
이처럼 중국이 백신을 통해 대외적으로는 존재감이 커졌지만 정작 중요한 ‘집단 면역’은 미국에 뒤쳐진다는 전망도 있다. 현재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가 중국은 3,120만명, 미국은 3,500만명으로 엇비슷하지만 인구 규모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양국의 접종 속도에 기초해 “집단 면역을 달성하는데 중국은 5년6개월, 미국은 11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추산했다. 중국은 당초 12일 춘제(중국의 설) 이전 목표로 잡은 5,000만명 접종이 쉽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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