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도시 탈출

입력
2021.02.07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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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전남교육청 농산어촌유학프로그램 홍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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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이후 세계 곳곳에서 대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근교나 아예 시골로 이주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조류가 생겨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교외 주택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주택거래량과 신규 주택 착공 건수가 각각 전년에 비해 5% 이상 늘어나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전과 맞먹는 부동산 호황이다. 이런 이주 인구를 끌어오려고 1년 이상 거주를 조건으로 이주비 1만달러(1,120만원)를 지급하는 지방 도시도 나왔다.

□오랫동안 꺾이지 않고 도쿄 중심의 수도권으로만 인구가 몰려온 일본에서는 대도시 탈출 현상이 통계로 확인된다. 지난해 도쿄를 빠져나간 인구는 40만 1,800여명으로 전년에 비해 5% 가까이 늘며 6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대로 전입 인구는 7% 이상 줄었다. 전입 인구가 여전히 전출보다 많긴 하지만 초과 인구가 3만명 남짓으로 전년에 비해 60% 이상 감소했다. 코로나 이후 재택 등 원격 근무가 확산되면서 지방 이주를 원하는 사람이 늘어난 결과다.

□이런 바람을 타고 일본 정부는 '관계인구'라는 개념까지 들고 나왔다. 한 곳에 머무는 '정주인구'도, 여행으로 잠시 다녀가는 '교류인구'도 아닌 '특정 지역이나 그 지역 사람과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이다. 간이 주택을 두고 주말에 쉬러 온다거나 관심이 있는 지역 행사에 열심히 참가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지역의 매력을 널리 알려 애착을 갖는 사람이 늘어나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전남도교육청이 서울시교육청과 손잡고 3월부터 실시하는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도 이런 정책이다. 도시 학생이 6개월 이상 혼자 또는 가족과 함께 전남 각지에서 생활하며 맞춤형 교육과 생태·환경 체험을 해 시골의 매력을 느끼도록 하자는 발상이다. 국내 인구 분산은 균형발전 구호가 왕성했을 때 잠시 효과를 보다 2017년 이후 과거로 되돌아갔다. 지난해는 수도권 순유입이 약 9만명으로 14년만에 최고치였다. 서울을 고밀도 개발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김범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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