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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인권활동가 "냄비 시위 왜? 악마를 쫓아내야 하니까"

입력
2021.02.05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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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거주 미얀마 인권활동가 소모뚜 CBS 인터뷰
"같은 아픔 겪은 한국, 미얀마에 더 많은 지지 보내 주길"

태국 수도 방콕의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4일 한 미얀마인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사진이 담긴 붉은색 마스크를 쓴 채 모국에서 발생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방콕=AP 연합뉴스

태국 수도 방콕의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4일 한 미얀마인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사진이 담긴 붉은색 마스크를 쓴 채 모국에서 발생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방콕=AP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미얀마 시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매개로 군사정권에 항의하는 불복 시위를 점차 키워가고 있다. 시민들은 특히 냄비·프라이팬 등 금속 식기를 부딪치는 등 소음을 이용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1995년부터 국내 체류 중인 미얀마 출신 인권활동가 소모뚜씨는 "미얀마에서는 그것이 악마를 쫓아내는 행동"이라며 "시민들이 (군부) 나가라고 감정을 다 실어 두드리는 사진을 볼 때마다 매우 슬프다"고 밝혔다.

소모뚜씨는 5일 CBS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에 출연해 "이번 쿠데타의 목적은 설 자리가 없어진 군부가 1일 새 정부의 국회 개원을 막고 새로운 협상을 통해 '권력 나눠먹기'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이라며 "시대가 변해도 권력욕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선거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2015년 총선 승리보다 더 크게 이겨 군부는 설 자리를 잃었고, 이에 말도 안 되는 부정선거를 내세웠다"며 "미얀마 신헌법은 군부가 기득권을 유지하게 돼 있어 헌법에 따른 쿠데타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상황을 분석했다.

그는 군부가 수치 국가고문을 통신장비 불법 수입 혐의로 구금한 데 대해서는 "웃음밖에 안 나온다"며 황당해 했다. "국가고문인 수치 여사가 주변에 경호원도 있고 당연히 무전기도 소지할 수 있는데 이를 불법 수입이라고 범죄를 만든 것"이라는 주장이다.

소모뚜씨처럼 군부에 대한 반감이 큰 미얀마인이 늘면서 미얀마 시민들의 불복종 시위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시위에는 의사와 대학교수 등 전문직까지 가세하고 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년간 고생한 의사들이 더 이상 군부 통치 하에서는 일할 수 없다고 정부 진료 지침을 거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시민 불복종 시위와 더불어 소모뚜씨와 같은 처지인 외국에 있는 미얀마인들은 기부를 통해 뜻을 보탤 예정이다. 그는 "한국에 있는 2만5,000명을 비롯해 300만명의 민주화 세력이 기금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모뚜씨는 최근 중국이 미얀마 군부에 계속해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중국이 미얀마 군부의 배후'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이번 쿠데타를 중국이 바란다는 확신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화의) 같은 아픔을 똑같이 겪은 한국이 우리를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고 믿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파트너로서 미얀마를 더 많이 지지해 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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