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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백신' 시위대 습격에 "접종자 죽었다" 가짜뉴스까지 '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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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건수가 1억건에 도달했습니다. 4일(현지시간) 기준 1억734만여명인 접종자 수가 1억501만명인 누적 확진자 수를 넘은 겁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자체가 처음이고 그 백신 역시 처음 접하는 것이라 전 세계적으로 백신을 100% 믿기 어렵다는 시선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백신 접종 속도는 빨라지는데 백신을 믿지 못하니 사건사고도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일보가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백신 접종을 둘러싼 갖가지 에피소드를 모아봤습니다.
지난달 31일 미국 현지 매체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미 메이저리그(MLB) LA다저스의 홈 구장인 다저스 스타디움 주차장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소가 1시간가량 폐쇄됐습니다.
갑작스럽게 '안티 백신' 시위대 50여명이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들이닥쳐 접종소 입구를 막아섰는데요. 이들은 "코로나19는 사기", "봉쇄를 중단하라" 등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또 접종을 기다리는 차 안의 시민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고함을 쳤습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페이스북의 '숍 마스크 프리 LA'라는 모임에서 해당 시위가 시작됐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해당 사이트에는 '1월 30일 정오~오후 3시에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만나자'라는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이들은 평소 마스크 없이 매장 내에서 쇼핑을 하는 동영상을 올리고 "승리했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미 전역 최대 규모의 백신 접종소 중 하나인 LA다저스 스타디움에서의 접종이 1시간가량 지연되면서 수천명이 피해를 봤습니다.
아일랜드의 한 방송은 백신을 놓는 장면을 내보냈다가 곤혹을 치렀는데요. 아일랜드의 유명 방송인인 라이언 투브리디는 지난해 11월 27일 자신이 진행하는 '토이 쇼'에서 한 어린 소녀가 자신의 장난감에 백신을 접종시키는 장면을 내보냈다가 "어린이를 백신 접종을 홍보하는 데 이용했다"는 항의 메일을 140개 이상 받았다고 하네요.
갖가지 음모론도 온라인상에서 퍼지고 있습니다. 1일 프랑스 매체 프랑스24에 따르면 스페인 일간 엘문도 기사를 캡처한 가짜 이미지가 퍼지고 있는데요.
바로 지난해 12월 27일에 스페인 내 첫 번째 백신 접종 수혜자가 된 과달라하라 로스올모스의 한 요양원 거주자인 아라셀리 로사리오 이달고(96)씨가 백신 접종 후 24시간 만에 사망했다는 내용의 가짜뉴스입니다.
이틀 뒤 아라셀리를 돌보는 요양원 직원은 AFP통신에 "그녀는 아직 살아 있다"고 전하면서 가짜임이 드러났죠. 같은 날 엘문도도 해당 이미지는 가짜라고 공식 발표를 내놨습니다. 아라셀리는 지난달 18일에 2회차 백신을 맞기도 했습니다. 그는 "나는 매우 잘 지낸다"며 "맞았는지조차 모르겠다"고 언론에 전했습니다.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프랑스 수도권 일드프랑스 센상드니주(州)의 병원 산하 장기 요양시설에서 모리세트(78)씨가 지난해 12월 27일 프랑스의 첫 번째 백신 접종의 주인공이 됐는데요.
3주 뒤인 지난달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간호사00'라는 닉네임의 한 누리꾼이 "누가 모리세트씨 가족에게 연락 좀 해달라"며 "그녀는 백신 접종 이후 연락이 안 되고 있다!"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이후 "모리세트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수십개의 SNS 글이 올라왔습니다. 한 누리꾼은 지난달 17일 "모리세트가 죽었다"며 "화이자 백신으로 사망한 이가 100명에 달한다"는 트윗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앵포에 따르면 같은 날 모리세트에게 백신을 접종한 병원의 관계자들은 공식적으로 "그는 죽지 않았다"고 전하면서 가짜임이 드러났습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미국 테네시주의 CHI 메모리얼 병원의 수간호사 티파니 도버는 지난해 12월 17일 화이자 백신을 맞고 지역방송 카메라 앞에서 소감을 말하던 중 잠시 실신했습니다.
도버가 주저앉는 모습이 생중계되자 SNS에서는 그녀가 실신 직후 사망했다는 루머가 돌았습니다. 심지어 '티파니 도버를 기리며'라는 이름의 인스타그램 계정까지 등장했습니다.
'안티 백신'까지는 아니지만 백신 접종 순위에서 밀리면서 당국에 단단히 뿔이 난 사람들도 보입니다.
2일 LA타임스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주에서는 'HighRiskCA'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일고 있습니다. 매체에 따르면 자폐증, 다운증후군, 뇌성마비 등 지적 및 발달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코로나19로 사망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배 높습니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현재 주 내에서 백신을 맞을 자격을 부여받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60%에 달했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지지율은 현재 46%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미국에선 현재 백신 접종이 인종주의적이라는 비판도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뉴욕시가 공개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날까지 백신 주사를 한 번이라도 맞은 거주민 중 백인이 48%에 달했고, 아시아계가 15%, 흑인이 11%를 기록했습니다.
2019년 기준 뉴욕시의 인종 비율은 백인 32%, 라틴계 29%, 흑인 24%, 아시아계 14%인데도 말이죠. 백인의 경우 인구 비중에 비해 접종자 비율이 높은 반면 흑인의 경우 아주 낮습니다.
뉴저지주의 경우에도 접종자 중 백인 비율이 48%에 달하는 데 비해 인구의 15%를 차지하는 흑인은 3%에 그쳤습니다. 시카고시도 접종자 중 백인ㆍ흑인의 비중이 각각 53%와 15%로 차이가 컸습니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로는 ①의료 차별 역사에 따른 백신 불신, ②시스템 문제, ③불충분한 백신 공급 등이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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