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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쪽방촌' 공공정비, 고밀개발 기대한 토지주 반발 어쩌나

입력
2021.02.05 20: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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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개발로 2030년까지 2,400가구 공급

서울 동자동 '서울역 쪽방촌' 조감 사진. 국토교통부 제공

서울 동자동 '서울역 쪽방촌' 조감 사진. 국토교통부 제공


전국 최대 쪽방밀집지역인 '서울역 쪽방촌'이 공공 정비된다. 정부는 이곳에 공공주택과 민간분양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그간 역세권 고밀개발을 적극적으로 검토했던 서울역 쪽방촌 토지주들은 정부 결정에 반발할 움직임을 보여, 사업 진행에 다소간 차질이 우려된다.

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서울 동자동 서울역 쪽방촌을 대상으로 공공 주도 정비 사업을 추진한다. 이곳은 1,000여명이 사는 4만7,000㎡ 규모의 국내 최대 쪽방촌이다. 건물 80% 이상이 준공된 지 30년 이상 됐다. 서울시는 이곳에 최대 40층까지 건설을 허용할 방침이다.


2030년까지 2,400가구 공급...민간분양은 960가구

서울역 쪽방촌엔 2,410가구가 들어선다. 공공주택으로 임대 1,250가구 및 분양 200가구가 공급되며, 민간분양은 960가구가 나온다. 정부는 2026년까지 공공주택 입주를 완료한 뒤, 나머지 부지를 2030년까지 민간주택으로 짓겠단 계획이다. 도시재생뉴딜사업도 연계돼 추진된다.

쪽방 주민 150여명에 대한 이주대책도 마련됐다. 사업지구 내 게스트하우스나 공원 내 조립식 주택을 활용해 임시 거주지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공공 정비사업이 완료되면 쪽방 주민들은 기존 거주지보다 2, 3배 넓은 공간에서 현재(평균 24만4,000원)의 15% 수준인 월 3만7,000원(보증금 183만원) 임대료만 내면 살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번 공공 정비사업은 2·4 공급대책과 무관하다. 정부는 4일 용적률 최대 700% 상향 등 역세권 고밀개발을 골자로 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발표한 바 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이번 사업은 2·4 공급대책 발표 전부터 구상됐다"며 "사업 진행 과정에서 최대한 대책 내용이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역 쪽방촌 위치도

서울역 쪽방촌 위치도


공공 정비사업 계획에 토지 소유자들은 '반발'

문제는 토지 소유자의 반발이다. 공공 정비사업은 정부가 수용권을 통해 지구지정된 토지를 확보한다. 협의매수가 원칙이나, 불가피할 경우 수용도 가능하다. 감정평가를 거쳐 산정된 보상금이 토지 가치에 비해 적다며 소유자가 반발하는 경우도 적잖은 편이다.

실제 토지주들은 당혹스러운 기색이다. 특히 공공 정비사업은 대외비로 진행되는 탓에, 서울역 쪽방촌 토지 소유자들은 그간 역세권 고밀개발 사업을 고려하고 있었다. 이곳 토지주 A씨는 "쪽방 주민에게 공공임대주택을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용적률을 700%까지 올린다면 받아들일 계획이었다"며 "공공 정비사업은 절대 반대"라고 밝혔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토지주를 설득하겠단 방침이다. 감정평가도 투명하게 운영되기에, 토지보상금도 우려할 수준은 아니란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 이곳에서 민간 개발이 진행된 적이 있었으나 쪽방 주민 이주대책이 부족해 무산됐던 탓에, 공공 정비사업으로 진행된 부분이 있다"며 "실거주자나 무주택토지주는 협의를 통해 이주자택지나 이주자분양권 등도 선택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충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권한대행은 "5일 기점으로 거주자들을 비롯해 여러 단체와 수시로 만나서,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사업 계획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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