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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신세’였던 러시아·중국 코로나 백신의 엇갈린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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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찬밥신세’ 취급을 받던 러시아와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이제 전혀 다른 처지에 놓였다. 졸속 개발의 대명사로 서방국가들의 냉소에 시달리던 러시아 백신은 높은 예방효과에 백신 대란까지 맞물리면서 몸값이 껑충 뛰었다. 반면 국가 차원에서 공격적인 지원에 나섰던 중국 백신은 짝퉁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여전히 외면 받고 있다.
유럽연합(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4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만난다.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구금 등 여러 현안이 대화 테이블에 오를 예정이지만, 해외 매체들은 코로나19 백신 역시 핵심 의제가 될 거라고 봤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EU가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 V’를 허용할지 말지를 두고 양측이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 산하 연구소가 개발한 스푸트니크 V는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승인을 받았지만, 반년이 지나서야 주목 받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전날 “EU 승인을 받으면 스푸트니크 V도 환영할 수 있다”고 했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 역시 “제조사가 관련 데이터를 모두 공개할 경우 사용을 승인할 수 있다”면서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원래 스푸트니크 V는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러시아 당국이 백신 상용화의 최종 관문인 3상 임상시험을 건너 뛰고 사용을 승인하자 미국과 유럽은 “효능과 안전성을 신뢰할 수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3상 임상에서 92% 예방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소 측 발표에도 “러시아의 과열된 백신 경쟁”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분위기가 급반전 된 건 최근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렌싯에 이 백신의 예방 효과가 공개되면서다. 3상 임상에서 91.6%의 면역 효과가 나타나자 물량 부족에 허덕이던 유럽 각국은 일제히 러브콜을 보냈다. 독일은 아예 스푸트니크 V를 자국 기업이 위탁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U국가들이 스푸트니크 V의 유혹에 빠진 것 같다(AFP통신)”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백신 접종이 일부 부자 나라에 편중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지속되면서 러시아 백신은 더욱 귀하신 몸이 될 전망이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은 이날 70개국에서 1억734만회분이 접종돼 글로벌 누적 확진자(1억501만명) 수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종식 희망을 한층 높이는 소식이지만, 200개 이상의 나라에서 감염병이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130여개국은 백신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이 빈자리를 상대적으로 가격(1회당 10달러)이 저렴하고 보관ㆍ유통(2~8도)도 용이한 러시아 백신이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스푸트니크 V와 비슷한 시기에 중국이 야심 차게 내놓은 시노백ㆍ시노팜 백신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수출에 나서고 있으나 임상 결과 편차가 큰 탓에 부족한 신뢰성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시노백 백신의 경우 터키와 인도네시아에서는 각각 91%, 65.3% 예방 효과가 있었지만 브라질에선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최소 기준(50%)을 겨우 넘기는데 그쳤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중국의 코로나19 백신은 세부 정보가 매우 부족하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매우 위험하다”고 일갈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백신 개발 최후 단계에서 주춤하는 사이 러시아가 치고 나갔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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