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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韓교민들, 신변위협보다 더 걱정하는 건..." 수화기 너머의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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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혼란→2일 냄비 시위 시작→3일 양곤 소규모 집회→4일 다른 도시로 집회 확산.... 치안은 안정됐고 시민들은 관망. 한번 크게 터질 것인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미얀마에서 23년째 살고 있는 김춘섭(58)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동남아서부협의회 미얀마 지회장이 4일 오후 수화기 너머로 전해준 현지 분위기다. 그는 "특히 교민들은 신변 위협보다 서방 제재로 인한 경제위기를 더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미얀마 정국이 어떤 상황인가.
"1일 오전엔 난리였다. 전화도 안되고 사람들이 눈뜨자마자 마트, 은행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2일부터 급속도로 치안이 안정되고 있다. 사실상 정상적인 일상이다. 군부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어서 유혈 사태도 없었다. 쿠데타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냄비 시위 등 시민 불복종 움직임이 불붙었나.
"2, 3일 밤 8시부터 15분간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리고 이에 호응해 집집마다 창문을 열거나 집밖으로 나와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렸다. 1988년 '88항쟁'을 기념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한 것이다. 여성들은 쿠데타 반대 의미로 머리에 빨간 리본을 달고 출근하고 있다."
-그럼 군부가 제재하나.
"그렇지 않다. 양곤은 600만명이 사는 미얀마 최대 도시다. 군대가 집집마다 단속하거나 통제할 수도 없을뿐더러 실효성도 없을 것이다."
-외신은 4일 제2도시인 만달레이에서 첫 거리 집회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이미 3일 양곤 시청 맞은편 공원에서 일부 시민이 확성기로 '아웅산 수치 프리(아웅산 수치에게 자유를)'를 외치는 소규모 집회가 있었다. 군 당국과 충돌 같은 건 없었다."
-대규모 집회로 커지거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은 없나.
"과거 군부가 시민들을 학살한 경험이 있고, 대규모 집회가 오히려 군부에게 유리한 계엄령 선포 등의 빌미가 될 수 있어 대부분 국민은 사태를 관망하는 분위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불복종 운동이 전개되고 있으나 오늘 아침부터 군부가 페이스북을 차단했다. 다만 5년간 민주화를 경험했고, 군부에 대한 거부감이 커서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군부도 이 점을 잘 알 것이다."
-우리 교민들(3,500~4,000명) 분위기는 어떤가.
"미얀마 국민들이 쿠데타에 반발해 얼마나 거리로 나올지, 미국 등 서방의 제재 강도가 어느 정도일지 주시하고 있다. 봉제업체 등 이곳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이어 설상가상 국면이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속한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측과 군부가 잘 타협하길 기대하고 있다."
외신들이 전한 현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군부는 이날 "가짜 뉴스 유포 금지"를 내걸고 국민(5,300만명) 절반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을 막았다. 수치 국가고문을 반역죄로 기소할 것이란 얘기도 떠돌고 있다. 군부가 시민 불복종 움직임을 차단하고 빠르게 정국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맞서 시민들은 야밤 냄비 시위에서 대낮 거리 집회로 반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양곤에서 시작된 의료인 파업은 전국 80여개 병원으로 확산되고 있고, 수도 네피도에서는 일부 교사와 공무원들이 "쿠데타 세력을 돕지 않겠다"는 불복종 선언을 했다. 미얀마 주재 한국 대사관은 5일부터 귀국 비행편을 긴급 운영하기로 했다.
다만 군부와 시민들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시민들 사이에선 "대규모 봉기보다 소규모 평화 집회가 낫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 현지 민주화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한 교민은 "군부 대응을 지켜보고 5일 이후 움직이자는 분위기라 이번 주말(6~7일)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폭풍 전야일지, 찻잔 속 태풍일지 미얀마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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