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같다" 美 언론, '미나리' 홀대한 골든글로브 비판

입력
2021.02.04 17:01
수정
2021.02.0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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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 골든글로브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으나 홀대 받았다는 주장이 미국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다. 판시네마 제공

영화 '미나리'. 골든글로브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으나 홀대 받았다는 주장이 미국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다. 판시네마 제공


“바보 같다.”(미 일간 뉴욕타임스)

재미동포 2세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상 외국어영화상에만 후보 지명된 것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다.

오스카 전초전으로 꼽히는 골든글로브상이 ‘미나리’를 홀대했다는 주장이 미국 언론에서 잇달아 나오고 있다. ‘미나리’는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을 비롯해 여우조연상 등 배우 부문 후보에도 이름을 올릴 만한데, 그러지 못했다는 힐난이다.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3일 오후(현지시간) 제78회 골든글로브상 각 부문 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미나리’는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만 지명됐고, 유력한 여우조연상 후보로 꼽히던 윤여정은 아예 들지 못했다. HFPA는 할리우드를 취재하는 외신기자 89명으로 구성돼 있다.

‘미나리’의 제작사는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영화사 플랜B다.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을 수상한 ‘노예 12년’(2014)과 ‘문라이트’(2016)를 만든 유명 회사다. 배급은 미국 배급사 A24가 맡고 있다. 미국인인 정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을 했으며 미국에서 촬영됐다. 한국에서 미국 아칸소주로 이민 온 한 가정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을 다룬다. 정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미나리’는 명백히 미국 영화임에도 외국어영화로 분류됐다.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니면 외국어영화라는 HFPA 규정에 따라 작품상 후보에서 아예 배제됐다. 3일 미 일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이 규정을 “백인이 아닌 사람들의 목소리와 이야기들을 밀어내는 외국인 혐오 규칙으로 비판 받아왔다”고 평가했다. ‘미나리’는 결국 ‘1인치의 장벽’을 넘지 못한 셈이다. ‘기생충’ 역시 지난해 골든글로브상 작품상 후보에 들지 못 했다. 외국어영화상과 감독상, 각본상 후보에 올라 외국어영화상 트로피만 가져갔다.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휩쓴 결과와 뚜렷이 대비된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 되고 있다. ‘바벨’(2006)과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은 영어 대사가 50% 이상이 아닌데도 골든글로브상 작품상 후보가 됐다. ‘바벨’은 수상까지 했다. 당시 HFPA 규정이 잠시 변경된 데 따른 결과다.

윤여정의 후보 탈락에 대한 비판 역시 거세다. 윤여정은 로스앤젤레스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조연상 등 미국에서만 배우상 20관왕을 차지하며 주목 받았다. 미 연예전문 매체 엔터테인먼트는 “여우조연상 부문에서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였던 윤여정은 조디 포스터의 깜짝 지명을 위해 명단에서 빠졌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미나리’는 작품상을 포함해 아카데미상 주요 부문의 경쟁자”라며 “윤여정은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가 될 것이라고 널리 예측돼 왔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미나리’ 출연진 중 한 명도 후보가 되지 못했다”고 성토했다. 연예전문 매체 버라이어티는 주연배우 스티브 연이 후보에 오르지 못한 걸 ‘골든글로브상의 무시’로 표현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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