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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의 메시지

입력
2021.02.04 19:00
수정
2021.02.05 11:1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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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상의회장에 대한 두 가지 기대
한국경제 위해 미래 메시지 제시하고
풍부한 해외네트워크 활용해 주길


최태원 SK 회장이 1일 신년 인사를 통해 '새로운 기업가 정신'으로 사회와 공감하고 문제 해결에 함께 노력하자고 밝혔다. 연합뉴스

최태원 SK 회장이 1일 신년 인사를 통해 '새로운 기업가 정신'으로 사회와 공감하고 문제 해결에 함께 노력하자고 밝혔다. 연합뉴스


1960년생인 최태원 SK회장은 몇 해 전만 해도 주요 그룹 총수들 중에 막내 축에 속했다. 그러다 이건희 구본무 조양호 회장이 작고하고, 정몽구 허창수 박삼구 조석래 회장 등이 줄줄이 퇴장하면서, 현재 재계는 이재용(삼성) 정의선(현대차) 구광모(LG) 조원태(대한항공) 정용진(신세계) 박정원(두산) 조현준(효성) 회장 등 창업 3~4세대, 나이로는 40~50대가 주류가 된 상태다. 소용돌이치듯 이뤄진 세대교체 속에 최 회장은 갑자기 맏형급이 되었다. 그보다 연장자는 김승연(한화) 신동빈(롯데) 허태수(GS) 회장 정도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단체인 대한상의 차기 회장에 추대됨으로써 최 회장은 이제 민간경제계 수장이 된다. 명예로운 건 맞지만 절대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버지 최종현 회장이 생전에 전경련을 이끌었기 때문에 '대를 이은 경제단체장'이란 말도 나온다. 그러나 소수 재벌을 대표해 정·관계와 잘 지내면 충분했던 그 시절 전경련 회장과, 모든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며 반기업정서가 강한 정부와 국회를 상대해야 하는 지금 상의 회장은 전혀 다르다. 무슨 특혜를 누리는 자리도 아니고, 오히려 SK입장에선 사업상 제약만 더 커지게 됐다. 이런 걸 모를 리 없음에도 최 회장이 상의 회장직을 받아들인 데에는 사회적 책임이나 시대적 사명감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일각에선 힘센 오너가 왔으니 중대재해처벌법 등 속칭 '반기업입법' 좀 막아주고 주 52시간제도 돌려놓길 기대하는 것 같은데, 사실 이런 건 상의 회장 능력 밖의 일이다. 필요하면 경제 현안에 대해 강한 입장 표명도 하고 청와대나 국회도 찾아다녀야겠지만, 그보단 이제 우리나라 대표기업인으로서 '최태원 회장'이기 때문에 가능한 두 가지 일에 꼭 집중해 줬으면 한다.

첫 번째는 메시지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된 지 오래이고 글로벌 톱레벨 기업도 많아졌지만, 기업인들로부터 그에 걸맞은 메시지를 들은 기억이 없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애플의 팀 쿡,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등 미국 간판 CEO들의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지난해 수십 년간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주주이익 극대화'를 폐기하고 이젠 직원과 고객, 거래처 나아가 지역사회와 국가에까지 환경 공정 인재투자 등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새로운 기업경영의 목표를 공식 천명했다. 전 세계 경제인들의 토론장인 다보스포럼도 지난해 주주자본주의 대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구현을 기업 경영의 핵심목표 중 하나로 실천해 온, 보기드문 기업인이다. 가장 자신있는 분야는 아무래도 ESG이겠지만, 꼭 그게 아니어도 된다. 저출산 고령화도 좋고, 교육문제도 좋고, 4차 산업혁명시대와 플랫폼경제도 좋다. 한국 경제가 가야할 방향, 한국 기업이 고민해야 할 지점에 대한 큰 메시지를 제시해 주길 바란다.

두 번째는 네트워크다. 최 회장은 수많은 해외 사업을 통해 두터운 인맥을 쌓았고, 다보스포럼 패널로 공식 초청될 만큼 글로벌 경영인 사회에선 핵심 인사가 됐다. 이 풍부한 네트워크가 개인과 SK를 넘어, 한국 기업과 한국 경제의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 줬으면 한다. 언젠가부터 실종되어 버린 민간경제 외교를, 최 회장이 이 네트워크를 통해 복원해 주길 기대한다. 막힌 한일관계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고, 한미 한중관계에서도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최 회장은 구 시대의 끝자락과 새 시대의 시작을 모두 겪은 기업인이다. 성공스토리도 많이 썼다. 한국 대표기업가로서 해 줄 얘기, 보여 줄 모습이 많을 것이다.

이성철 콘텐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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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철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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