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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도 테드 크루즈도...SNS로 조롱거리 된 까닭은

입력
2021.02.06 20:00
수정
2021.02.06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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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v'·테드 크루즈 '파리협약' 발언으로 논란
"약한 고리 파고들어 정치 공세 펼치다 나온 실언"
"진영 싸움 극단화가 확증 편향 강화로 이어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테드 크루즈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연합뉴스·EPA 연합뉴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테드 크루즈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연합뉴스·EPA 연합뉴스


"문건 제목의 'v'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대통령을 VIP라고도 칭해 왔음을 알고 있습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페이스북, 2월 2일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피츠버그 시민의 일자리보다 파리 시민들의 시선에 더 신경쓰고 있음을 드러낸다.

테드 크루즈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트위터, 1월 21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예비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미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두 사람 모두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시글 때문에 온라인에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두 사람 모두 엘리트 정치인이 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황당한 발언을 해 조롱 섞인 비난에 맞닥뜨렸기 때문인데요.

크루즈 상원의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46대 대통령에 취임한 지난달 20일(현지시간)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파리협약은 파리 시민을 위한 것'이라는 뉘앙스의 트윗글을 올려 비아냥의 대상이 됐습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크루즈 상원의원의 글을 리트윗하며 "제네바 협정은 제네바 시민에 관한 것이라고 믿는 것인가"라고 비판했고, 아쇼크 스웨인 스웨덴 웁살라대 평화분쟁 연구교수는 하버드 법학대학원 출신인 크루즈 의원을 겨냥해 "이 똑똑한 사람이 제네바 협정·헬싱키 규약·교토 의정서·바르샤바 조약기구·워싱턴 컨센서스는 들어 봤을까?"라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변호사 출신인 오세훈 전 시장이 문제의 'v' 발언을 한 직후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SNS에서 "문서 작업 한 번도 안 해 봤냐"고 지적한 것과 꼭 닮은 양상의 전개인 셈이죠.

오 전 시장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북한 원전 관련 문서에 등장한 파일명 'v' 표기가 'VIP(대통령의 약어)'라고 주장해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오 전 시장의 SNS에는 'PPT(파워포인트)는 평양 프레지던트 따봉의 약자' 'hwp(한컴오피스 한글 파일 확장자)는 한국 원자력 파워의 약어인가, 히든 원전 플랜의 약어인가' '브이로그(V-log)는 대통령 기록물을 말하는 것인가' 등의 약어 패러디 댓글까지 줄줄이 달렸는데요.

이 때문에 일부 누리꾼은 지난달 트윗글 때문에 논란에 휩싸인 테드 크루즈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을 끄집어내 둘을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정치 지도자는 사실 그들의 행동보다는 똑똑하다"

테드 크루즈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 행정명령 서명 직후 올린 트윗글. 테드 크루즈 트위터 캡처

테드 크루즈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 행정명령 서명 직후 올린 트윗글. 테드 크루즈 트위터 캡처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런 황당한 발언을 했을까요.

오 전 시장의 발언에 대해 일부 누리꾼은 "일부러 웃기려고 의도한 게 아니냐"며 야유했지만 전문가들은 "약한 고리를 파고들어 정치 공세로 활용하는 구태 정치의 한 단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치 평론을 하는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오 전 시장의 'v' 발언 소동의 본질은 정치 공세에 앞장서야 주목도가 높아지는 진영 싸움의 극단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치 공세를 하겠다는 의지가 지나치다 보니 자기 신념에 맞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확증 편향이 절정에 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 전 시장이 'v'가 '버전(version)'의 약자임을 알았는지 여부는 그다음 문제"라는 설명입니다.

크루즈 상원의원의 파리협약 발언 역시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나왔는데요.

특히 "피츠버그의 일자리보다 파리 시민의 시선에 더 신경쓴다"는 그의 말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할 당시 한 말과 궤를 같이 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나는 파리가 아닌 피츠버그 시민의 대표가 되기 위해 선출된 것"이라고 탈퇴 이유를 설명했는데요.

펜실베이니아주(州) 피츠버그는 제조업 쇠퇴로 불황을 맞은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지역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로 이 러스트벨트가 쇠락한 원인을 자유무역협정과 파리협약 등으로 돌린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빌 페두토 피츠버그 시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파리협약 탈퇴 발표 당시나 크루즈 상원의원의 트윗글 게시 이후에나 한결같이 "피츠버그는 파리협약을 준수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

더욱이 전문가들은 이를 모를 리 없는 크루즈 상원의원이 버젓이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을 인용한 트윗글을 올린 데 주목했는데요.

폴 드 레스피나스 아드리안 칼리지 교수는 "차기 대통령의 야망이 있는 크루즈 상원의원은 열정적인 소수 유권자들이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 손아귀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지도자들이 여론 흐름에 적당히 민감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 여론 주도층이 선동가에 의해 압도된 경우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또 "아둔한 이가 최고 지도층까지 오르기는 쉽지 않다"며 "우리의 지도자들은 그들이 행동하는 것보다는 똑똑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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