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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와 확전 피하고 조용히 관철…여당의 재난지원금 의지

입력
2021.02.03 19:40
수정
2021.02.03 20: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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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재정당국 반발에도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다만 정부 관료들과 공개적으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은 자제하는 양상이다. 최대한 잡음을 내지 않으면서 당 주도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끌고 나가겠다는 의지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에서 “늦지 않게 충분한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자고 정부에 거듭 제안 드린다”며 “당정협의에서는 맞춤형 지원과 전국민 지원을 함께 테이블에 올려 놓고 논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이어 전국민 재난지원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이 대표는 “전통 시장이나 동네 골목을 돌아보면 서민의 삶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실감하게 된다”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직접지원과 함께 코로나 상황을 보며 경기를 진작시킬 필요도 있다는 것을 쉽게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결국 소비 지출 형태로 소상공인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소상공인 간접 지원이나 다름 없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민생의 고통 앞에 정부 여당이 더 겸허해지기 바란다. 재정의 역할을 더 확대할 때가 됐다”며 “재정의 주인은 결국 국민이며, 국민의 삶의 지탱해드리는 데 필요하다면 재정 쓰는 건 당연하다”고 기획재정부를 겨냥해 못을 박았다.

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미간을 만지고 있다. 오대근 기자

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미간을 만지고 있다. 오대근 기자


‘돈을 풀라’는 거듭된 압박에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이틀 강하게 버텼다. 홍 부총리는 전날 이 대표의 전국민 재난지원 발언을 두고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례적으로 반발했다. 이날도 홍 부총리는 기자들을 만나 반대 의사를 재확인했다. 그는 “(전날 SNS를 통해) 재정당국 입장을 굉장히 절제된 표현으로 말씀을 드렸던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홍 부총리가 더 심한 말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홍 부총리의 저항에 잔뜩 격앙돼 일각에서 사퇴 요구까지 퍼부었던 민주당은 이날 들어 확전을 자제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낙연 대표는 당내에서 홍 부총리 사퇴 요구가 나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의원 개개인들의 의견”이라며 선을 그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가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한 분이 제기하긴 했다"면서도 "다수 참석자들은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국민의 극심한 고통을 정부 재정을 통해 해소해야 한다는 이 대표 연설과 의지를 관철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그게 본질이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홍 부총리와의 확전을 자제하는 배경에는 "홍 부총리가 결국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중이 깔려 있다. 지난해 5월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 역시 기재부 반대에도 민주당이 전국민 지급을 관철시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홍 부총리가 최종 결정권자는 아니지 않냐”며 “홍 부총리와 싸움을 해봐야 뭐하나. 오히려 국민 고통과 민생 경제 어려움을 풀겠다는 본질만 흐려질 뿐”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당분간 전국민 지급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쌓아가면서 보편과 선별 지원금의 ‘황금 비율’을 찾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다만 4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조건부 협조' 입장을 밝힌 국민의힘과 협의 과정을 비롯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성택 기자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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