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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재는 불난 집에 부채질…中 “미얀마 개입 말라”

입력
2021.02.03 16: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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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효과 없고, 미얀마 무시, 주변국도 반대
광범위 미얀마 제재는 반미 역풍, 감당 못해
미얀마 상황 수습할 자력 갖춰, 과거와 달라
아세안 물론 美 우방 싱가포르도 불간섭 천명中 "개입은 혼란 조장, 제2의 이라크 될 수도"

소총으로 무장한 미얀마군 병사들이 2일 수도 네피도의 국회의사당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이끄는 미얀마 군부는 지난 1일 쿠데타를 전격 감행해 1년간의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입법ㆍ사법ㆍ행정 전권을 장악했다.네피도=로이터 연합뉴스

소총으로 무장한 미얀마군 병사들이 2일 수도 네피도의 국회의사당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이끄는 미얀마 군부는 지난 1일 쿠데타를 전격 감행해 1년간의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입법ㆍ사법ㆍ행정 전권을 장악했다.네피도=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미얀마 군사 쿠데타 이후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상은 미얀마가 아니라 미국이다. 미얀마 사태에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이 꺼내려는 제재 카드에 대해서는 △효과도 없고 △미얀마를 무시하는 처사인데다 △주변국들이 모두 반대한다며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격”이라고 여론몰이에 나섰다. 특히 중국은 군부를 비난하는 미국과 달리 ‘쿠데타’라는 용어 사용조차 삼간 채 미얀마의 비위를 맞추는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제재의 실효성에 부정적이다. 조 바이든 정부가 광범위한 경제 제재를 가할 경우 미얀마 국민들의 반미감정이 고조되는 역풍이 불어 중국으로 급속히 경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부와 관련 기업으로 타깃을 좁게 잡을 수밖에 없는데, 로힝야 사태로 이미 미얀마 군 수뇌부가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오른 만큼 새로울 게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2016년 오바마 정부가 미얀마에 대한 무역제재를 해제한 전례가 있어 바이든 정부가 다시 뒤집는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지난해(1~11월) 미얀마의 대미 수출액은 9억6,900만달러(약 1조799억원)로, 미국의 수입국 가운데 70위에 불과해 미국이 사용할 지렛대도 충분치 않다. 2019년 미얀마의 대중 수출액이 57억1,000만달러(약 6조3,609억원)인 것과 차이가 크다.

미얀마 군인들이 2일 수도 네피도의 국회의사당으로 통하는 도로를 장갑차로 막고 임시로 설치된 검문소를 지키고 있다. 네피도=AP 연합뉴스

미얀마 군인들이 2일 수도 네피도의 국회의사당으로 통하는 도로를 장갑차로 막고 임시로 설치된 검문소를 지키고 있다. 네피도=AP 연합뉴스


무엇보다 중국은 미국의 개입으로 미얀마 내정이 혼란에 빠지면 자칫 ‘제2의 이라크’가 될 것으로 우려한다. 이에 “미얀마는 사태를 수습할 자력을 갖췄다”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과거의 미얀마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환구시보는 3일 전문가를 인용, “미얀마의 여러 정치세력이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미얀마는 늘 외부 개입을 배제한 채 자립 원칙을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얀마 정세에 큰 불안요인이 없고 군부도 1년 후 총선을 통한 정권이양을 약속한 만큼 미국이 나서는 건 억지라는 게 중국의 주장이다.

미얀마 사태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주변국들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개입에 반대하고 있다. 태국, 캄보디아, 필리핀 등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국가들은 쿠데타를 이미 “미얀마의 내정”으로 규정하며 불간섭 원칙을 천명했고, 미국과 가까운 싱가포르조차 이번에는 이들과 같은 편에 섰다. 서구의 민주화 요구는 과도하다는 것이다. 홍콩, 신장위구르 인권문제 등을 놓고 방어하던 중국이 모처럼 아세안의 공감대를 등에 업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겨냥해 목소리를 더 키울 명분을 확보한 셈이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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