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접종 권고에도…유럽 각국 아스트라제네카 두고 '다른 선택'

입력
2021.02.03 19:30
수정
2021.02.0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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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스웨덴 이어 프랑스도 '65세 미만 접종'
이탈리아는 조건부 허용... 각국 엇갈린 판단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로이터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로이터 연합뉴스

다국적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은 고령자들에게도 ‘게임 체인저’가 될까, 아니면 효능이 없는 ‘물백신’에 불과할까. ‘백신 국수주의’ 비판까지 낳았던 공급물량 부족 사태는 봉합됐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 논란은 유럽에서 여전히 한창이다. 유럽연합(EU)의 접종 권고에도 소속 국가들은 고령층 접종 여부를 두고 저마다 다른 판단을 내놔 과학적 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EU 각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연령대를 달리 설정하고 있다. 효능에 의문을 제기하며 고령층에 접종을 권하지 않는 국가가 훨씬 많다. 독일과 스웨덴에 이어 프랑스 보건당국은 이날 해당 백신 접종 연령을 65세 미만으로 제한하기로 확정했다. 폴란드와 벨기에 정부는 한 술 더 떠 접종 가능 최고 연령대를 각각 60세, 55세로 프랑스보다 낮춰 잡았다. 지난달 말 EU 최고 보건당국인 유럽의약품청(EMA)이 밝힌 ‘18세 이상 접종’ 권고를 무색케 하는 결과다.

가장 큰 이유는 ‘데이터 부족’이다. 도미니크 르귈뤼데크 프랑스 고등보건청장은 “고령자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실제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임상시험을 할 때 참여한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은 10%가 채 안돼 접종 안전성과 효능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다. 백신 물량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부작용을 감안하면 보수적인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지난달 12일 영국 엡솜 레이스코스에 설치된 백신센터에서 한 노인이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엡솜=EPA 연합뉴스

지난달 12일 영국 엡솜 레이스코스에 설치된 백신센터에서 한 노인이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엡솜=EPA 연합뉴스

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 백신 사용을 승인한 영국은 일찌감치 고령층 접종을 허용했다. 이탈리아도 지난달 29일 승인 당시에는 접종 연령을 18~54세로 제한했지만 나흘 만에 “55세 이상에서도 효능이 유효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고령층 백신 접종으로 얻는 이득이 부작용보다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을 입증하려던 옥스퍼드대의 연구 결과도 논란에 기름만 끼얹은 모양새가 됐다. 대학 측은 이날 해당 백신을 1회만 접종해도 평균 76%의 백신 효과가 최장 90일까지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영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18~55세 성인 1만7,0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다.

또 1차 접종 후 12주 뒤 2회차 접종을 하면 효과가 82.4%로 올라간다고 봤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도 고령층에 미치는 백신 효과를 뒷받침할만한 자료는 쏙 빠져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불거졌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고령 지원자들이 안전상의 이유로 임상에 뒤늦게 참가했다지만 이번 연구 결과가 광범위한 백신 효과를 증명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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