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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 물라... 靑, 판문점 정상회담 USB 공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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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의 전격적인 문건 공개에도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논란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은 장기화할 조짐이다. 야당이 "실무 차원 검토였을 뿐 추진된 적 없다"는 정부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고 맞서면서다. 2018년 정상회담 당시 북측에 전달한 USB에 들어있는 문서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는 "내용 면에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나 남북 간 외교문서를 일방적으로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커 고민이 깊다.
정부는 전날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문건 공개와 함께 논란이 어느 정도 일단락될 것으로 기대했다. 당장은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전제한 보고서였기 때문이다. 6쪽짜리 문건 맨 상단에는 “향후 북한지역에 원전 건설을 추진할 경우 가능한 대안에 대한 내부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님”이라고 적혀있다. 미국 등 주요국과의 협의 필요성도 언급했고, “현시점에서는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구체적 추진방안 도출에 한계가 있다”는 검토의견도 담겼다.
그러나 2일에도 야당의 의혹 제기가 계속되면서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USB를 공개하고 결자해지를 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들은 내용만 고려하면 공개 못 할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USB에 담긴 ‘한반도 신경제 구상’에는 전통적 방식의 발전소 지원이나 신재생에너지 협력 내용 등이 담겼을 뿐, 원전 관련 내용은 전혀 없었으므로 문제가 안 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후유증이다. 우선 남북 정상 간 오간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건 관례에 어긋난다. 4·27 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공개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정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 회담 직후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도 동일한 USB를 전달했고, 그 안에 원전 내용은 없었다"고 일축하면서도 "정상 간 논의의 보충자료로 제공한 자료를 공개한다는 것은 정상회담 관행이나 남북관계를 비춰봐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이 위협적 태도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2013년 6월 공개됐을 때도 “최고존엄에 대한 우롱이고, 대화 상대방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며 거칠게 반발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에서 오가는 문서나 선물 등은 모두 비공개 사항”이라면서 “외교문서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공개하면 큰 결례가 된다”고 말했다.
빈약한 명분도 청와대로선 부담이다. 국내 정치적 의혹을 벗기 위해 대북 제안을 공개하는 선례를 만들면 향후 남북관계, 더 나아가 국제 외교무대에서 두고두고 신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서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무 근거 없이 야당이 의혹을 제기한다고 정상회담에서 오간 내용을 무조건 공개하면 나라가 뭐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USB 공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최 수석은 “국론이 분열되고 가짜뉴스, 허위주장이 도저히 걷잡을 수 없는 정도라면 책임을 전제로 검토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면서 “무책임한 선거용 색깔론이 아니라면 야당도 명운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공개하더라도 자료 특성을 고려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한 간접 공개 방식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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