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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조원 노름판이 된 부산시장 보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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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짜'의 대사 하나가 개봉 후 13년이 흐른 2019년 인기를 끌었다. 조폭 출신 노름꾼 곽철용의 "묻고 더블로 가"다. 화투로 '섯다'를 하던 주인공이 일부러 파토를 내자 곽철용은 판돈을 높이라고 부르짖었다.
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부산에 곽철용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지난해 11월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가 "김해신공항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발표하자 더불어민주당은 바로 가덕도신공항을 기정사실화했다. 김해신공항 백지화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기초적인 재정 추계 없이 가덕도신공항 특별법부터 발의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선거를 두 달 여 앞두고 '가덕도신공항 찬성'에 '한일 해저터널 검토'까지 얹었다. 야당에게 유리할 줄 알았던 선거 판세가 기울자 다급히 "묻고 더블로 가"를 외친 것이다.
선거에 걸린 판돈은 엄청나다. 2016년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 예상 사업비는 92억 달러(약 10조2,672억원)다. 같은 해 부산시가 작성한 자료에선 한일 양국이 부담할 해저터널 건설비용이 97조~100조원으로 추산됐다. 보궐선거 한 판에 무려 110조원이 묶인 셈이다.
정작 정부는 어리둥절하다. 국토교통부는 김해신공항 사업 재검증 결정에 대한 유권해석을 지난해 12월 법제처에 신청했지만 회신을 받지 못한 상태다. 3일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변창흠 국토부 장관도 "아직 김해신공항 백지화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신중한데 정치권에선 이미 가덕도신공항으로 확정됐다.
한일 해저터널도 정부 차원에서 2003년과 2011년 '타당성 없음'과 '경제성 없음'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후 특별히 추진된 게 없는데 야당이 10년 만에 무덤에서 끄집어냈다.
부산 선거판에서는 정치란 이름의 노름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자신을 뽑아준다면 판을 쓸어버리겠다는 감언이설이 난무한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필패(必敗)의 패를 쥔 이들의 유혹 밀도는 더욱더 짙어질 게 뻔하다. 막대한 판돈을 걸었지만 선거가 끝나면 빈손을 내미는 노름꾼을 보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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