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 감염'에 200만 대도시 봉쇄…방역모범국 호주의 교훈

입력
2021.02.0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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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봉쇄로 연쇄감염 조기차단
일일 신규 감염자 한자릿수 유지
8일 호주오픈 개막 등 빠른 정상화

호주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 퍼스가 1일부터 5일간 단기 봉쇄에 돌입했다. 2일 퍼스의 번화가 야간스퀘어는 오가는 사람 없이 텅 비어 있다. 퍼스=EPA 연합뉴스

호주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 퍼스가 1일부터 5일간 단기 봉쇄에 돌입했다. 2일 퍼스의 번화가 야간스퀘어는 오가는 사람 없이 텅 비어 있다. 퍼스=EPA 연합뉴스


‘신규 감염자 단 1명.’

호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면 봉쇄를 단행하는 데 그 외 다른 조건과 이유는 필요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칭찬받는 방역모범국이 된 비결이 여기에 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호주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이자 서호주 주도인 퍼스는 지난달 31일 코로나19 신규 감염 1건이 발생하자 다음날 즉시 전면 봉쇄에 들어갔다. 식료품 구입이나 운동을 제외하고는 5일간 이동이 금지됐다. 감염자 달랑 1명 때문에 퍼스 시민 200만명이 집에 머물게 된 것이다.

더구나 지역사회 감염도 아니다. 신규 감염자는 해외 입국자들을 격리하는 호텔에서 근무하는 보안요원으로, 서호주 보건당국은 이 보완요원이 최근 입국자를 통해 영국발(發)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일 현재 추가 감염자는 나오지 않았다. 접촉자 101명은 음성판정을 받았고, 밀접 접촉자 50명이 검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고위험 접촉자 11명은 예방조치 차원에서 호텔에 격리 중이다.

그런데도 마크 맥고완 서호주 주지사는 이번 일을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 규정하며 5일간 봉쇄를 지시했다. “지역사회에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도록 모든 시민들이 각자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달라”는 간곡한 요청까지 곁들였다.

퍼스에 앞서 시드니와 브리즈번 같은 대도시들이 모두 이런 고강도 대처로 연쇄감염 고리를 조기에 끊어냈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시드니 북쪽 해안지역에서 감염이 발생하자 시드니 당국은 2주간 봉쇄를 통해 지역사회 전파를 막았다. 지난달 초 브리즈번에선 격리 호텔 근무자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확진 통보를 받은 지 16시간 만에 봉쇄령이 떨어지기도 했다. 아나스타샤 펄래스척 퀸즈랜드 주지사는 “지금 3일 봉쇄하는 게 미래에 30일 봉쇄하는 걸 피하는 방법”이라고 호소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3월부터 시행 중인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 의무화와 강력한 접촉자 추적 시스템, 주 경계 밖 이동 금지 조치 등이 호주를 코로나19 청정국으로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호주의 코로나19 대응 속도와 철저함은 미국이나 유럽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호주 사람들은 모두의 이익을 위해 단기적 고통에 익숙해졌다”고 전했다.

덕분에 일상은 빠르게 정상화됐다. 현재 호주에선 회사와 레스토랑 등이 정상적으로 문을 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의무화하고 있지만, 마스크 착용은 필수가 아닌 권장 사항이다. 세계 4대 메이저 테니스대회인 호주오픈도 감염자 대거 입국 사태를 딛고 8일 개막한다. 총 3만 관중도 수용할 예정이다.

호주에서 2일까지 누적 감염자는 2만9,000명 미만에 그친다. 최근 일주일간 신규 감염자도 한자릿수에 불과했다. 누적 사망자는 909명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사망자수보다 적다. 호주의 사례는 코로나19 사태가 통제불능으로 치닫는 유럽이나 미국에도 많은 교훈을 준다. 유럽연합(EU)와 영국은 최근 백신 확보 문제로 신경전을 벌여 국제적 비난을 받았다. 퀸즈랜드대학 바이러스학자 이언 맥캐이 교수는 “봉쇄 조치와 접촉자 추적시스템은 공중보건에 부담을 덜고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유럽이나 미국은 백신만 지나치게 신뢰한 나머지 그동안 적극적인 방역 조치에는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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