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는 맛없어" 인식 바꾼 한국 딸기

입력
2021.02.04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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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열대과일 열전

편집자주

인도네시아 정부 공인 첫 자카르타 특파원과 함께 하는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ㆍ다양성 속 통일)'의 생생한 현장.

인도네시아 인플루언서가 한국 딸기를 홍보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인도네시아 인플루언서가 한국 딸기를 홍보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딸기는 맛없다. 차라리 귤을 산다." "그나마 유명한 푼짝(자카르타 인근 고산지대) 딸기도 값은 싼데 맛이 시큼시큼해서 싫다."

대학 교수 헤리(55)씨도, 회사원 레나(26)씨도 딸기를 좋아하냐고 묻자 고개를 저었다. 사실 인도네시아산 딸기는 추레한 생김새도, 당도가 낮은 맛도 정이 안 간다. 현지인 20여명에게 좋아하는 과일을 물었을 때 딸기는 단 한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딸기의 굴욕이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대형 마트에 진열된 한국 딸기.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대형 마트에 진열된 한국 딸기.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인도네시아인들의 고정관념을 깬 게 한국 딸기다. "한국산이 최고"(나즈마ㆍ25)라고 인정한다. 호주와 미국 딸기도 수입되지만 맛과 향이 한국 딸기를 대적할 수 없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카르타지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한국 딸기 수입은 2013년 30만달러에서 지난해 128만6,000달러(14억2,000만원)로 4배 이상 늘었다. 경남 진주를 비롯한 전국 각지 특산품이 모인다. 매향, 설향, 죽향… 품종도 다양하다.

다만 현지인들은 "한국 딸기는 비싼 게 흠"이라고 아쉬워한다. 대형 마트에서 250~330g에 13만~18만루피아(1만~1만4,000원)인 한국 딸기는 인도네시아산(2만~3만루피아)보다 6배 가까이 비싸다. 신선도가 1~2주 정도라 모두 항공으로 들여오고 운송 및 보관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량 비용까지 단가에 더해져서 그렇단다.

인도네시아 인플루언서가 한국 딸기를 홍보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인도네시아 인플루언서가 한국 딸기를 홍보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국내 딸기 가격을 아는 교민들은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은 돈 많은 화교들이 주로 한국 딸기를 사먹는다. 베트남과 태국에 연간 400만달러 이상 수출되는 걸 감안하면 인도네시아는 한국 딸기를 더 소비할 여력이 있다. 유승희 경남도자카르타사무소장은 "현지 인플루언서 등을 섭외해 한국 딸기를 홍보할 때마다 반응이 뜨겁다"라며 "단가 인하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가 열대과일 천국이지만 딸기만큼은 한국이 으뜸이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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