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떠난 인니 신수도, 한인 지킴이들

입력
2021.02.02 04:30
25면
구독
인도네시아 신수도 이전을 돕기 위해 파견된 한국인 전문가들. 오른쪽부터 최형욱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부이사관, 윤희엽 LH 차장, 이맘산소토에르나위 인도네시아 공공사업주택부 신수도인프라TF 단장, 임채욱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사무관.

인도네시아 신수도 이전을 돕기 위해 파견된 한국인 전문가들. 오른쪽부터 최형욱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부이사관, 윤희엽 LH 차장, 이맘산소토에르나위 인도네시아 공공사업주택부 신수도인프라TF 단장, 임채욱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사무관.

인도네시아 정부 공식 발표 넉 달 뒤인 2019년 12월 칼리만탄섬 신(新)수도 부지를 찾았다. 한국 기자로는 처음이고 현재도 유일하다. “밀림만 잔뜩 볼 것”이라는 주변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그래도 주민, 교민 덕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신수도 위치를 구체적으로 파악했고, 뜨거운 현지 분위기를 체감했다.

인근 땅값은 10배 올랐고 마을을 만들기 위해 이슬람사원을 짓는 곳도 있었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의 대선 경쟁자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이 사용권을 가진 농장 일부가 신수도 부지에 포함된 것도 확인했다. 수도 이전의 정치적 동력인 셈이다.

다만 두 가지 걱정이 따라왔다. ‘근방 삼림보호구역과 오랑우탄 서식지는 온전할까, 공사 연기가 일쑤인 나라에서 완공을 제때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은 현지에서도 나왔다. 조코위 대통령은 “녹색 수도 건설” “2024년 신수도 집무실에서 업무” 의지를 앞세워 부정 여론을 잠재웠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손정의, 아랍 왕자 등 세계적인 큰손들이 앞다퉈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이 땅에 닥친 3월부터 이상 신호가 감지되더니 7월 착공이 물 건너갔다. 큰손들도 슬그머니 발을 뺐다. 부처 간 엇박자, 주도권 다툼까지 겹치면서 부지 위치도 오락가락했다.

중심 잡고 불씨를 살린 건 작년 2월 파견된 한국인 세 명이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정부를 상대로 지식 공유, 한국식 성공 모델 전파, 민관협력사업(PPP) 제안 등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과 팀 코리아도 꾸린다. 당장 돈이 되지도, 누가 알아주지도 않지만 수도 이전이라는 인도네시아의 60년 난제를 풀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있다.

다행히 신수도 관련법이 국회 우선 처리 목록에 잡혀 7월 통과가 예상되고, 조코위 대통령도 ‘2024년 이전’ 입장을 꺾지 않았다. 지난 1년 답보였던 인도네시아 신수도 사업 성과를 물으면 단연 이 세 명을 꼽고 싶다. 최형욱 부이사관, 임채욱 사무관(이상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윤희엽 차장(LH). 그들을 응원한다.

인도네시아 신수도 부지 위치. 그래픽=김문중 기자

인도네시아 신수도 부지 위치. 그래픽=김문중 기자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