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영공 주변 휘젓는 中군용기에 뿔났나… 美정찰기 활동 이례적 공개

입력
2021.02.0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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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공구역 비행 정보 제공 뒤 첫 언급
"'바이든 정부 對中 기조 불변' 시그널"

대만 국방부 웹사이트에 공개된 1월 31일 대만 방공식별구역 내 중국 군용기 비행 정보. 대만 국방부 홈페이지

대만 국방부 웹사이트에 공개된 1월 31일 대만 방공식별구역 내 중국 군용기 비행 정보. 대만 국방부 홈페이지

대만이 미국 정찰기의 자국 영공 주변 활동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지난달부터 중국 군용기의 대만해협 출격 빈도가 표나게 늘어난 상황에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對)중국 강경 기조 지속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31일 대만 국방부는 중국 군용기들이 당일 3차례에 걸쳐 자국 방공식별구역(ADIZ) 남서부에 무단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날 동원된 중국 군용기는 젠(殲ㆍJ)-10 전투기 2대와 J-11 전투기 4대, 윈(運ㆍY)-8 정찰기 1대 등 총 7대이고, 진입 구역은 대만이 실효 지배하는 남중국해 프라타스 군도(둥사군도) 인근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대만 국방부는 기종이나 비행 경로 등 구체적 사항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군 정찰기 1대도 이날 ADIZ 남서부에서 활동했다고 전했다. 중국 전투기 진입 횟수 증가에 따른 대응 차원에서 ADIZ 내 중국 군용기의 비행 정보를 웹사이트를 통해 매일 제공하기 시작한 지난해 9월 이후 대만 국방부가 미 군용기 활동을 거론한 건 처음이다.

정찰 비행이나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 등 미 공군ㆍ해군의 대만 인근 임무 수행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지금껏 대만은 미군의 해당 활동을 좀처럼 공개하지 않아 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ADIZ는 외국 항공기의 영공 무단 침입을 예방하기 위해 각 국가가 영공 밖에 임의 설정한 구역이다. 때문에 ADIZ 진입이 영공 침범은 아니다. 다만 여기에 들어갈 때는 당사국에 미리 통보하는 게 서방국 간에 통용되는 국제 관례다.

중국은 ADIZ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이 대만의 ADIZ인 대만해협 상공을 짐짓 휘젓고 있는 건 지난해 가을 무렵부터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해 9월 이후 중국 군용기가 대만해협 인근에서 훈련을 빈번하게 하고 있으며 지난달 대만 ADIZ에서 중국 군용기가 관찰되는 않은 날이 단 하루뿐이었다고 대만 자유시보를 인용해 1일 보도했다.

대만 국방부가 공개한 1월 31일 방공식별구역 진입 당시 중국 전투기 J-11의 모습. 대만 국방부 홈페이지

대만 국방부가 공개한 1월 31일 방공식별구역 진입 당시 중국 전투기 J-11의 모습. 대만 국방부 홈페이지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 수위가 고조되기 시작한 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 들어서도 기 싸움은 지속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28일 브리핑에서 우첸(吳謙) 중국 국방부 대변인이 “‘대만 독립’은 곧 전쟁을 의미한다”고 미국에 경고하자 곧장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이 “우리는 대만의 자기 방어를 도울 의무가 있으며 이는 계속될 것”이라고 맞불을 놓기도 했다.

대만 ADIZ 내 미군 정찰 활동이 공개된 건 이런 맥락에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번 일이 중국을 향한 대만의 불편한 심기나 미국이 뒷배가 돼 줄 거라는 대만의 희망을 담고 있을 수 있지만, 트럼프 정부의 전략적ㆍ군사안보적 대중 정책 기조가 바이든 정부에서도 바뀌지 않으리라는 미국의 시그널 성격도 분명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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