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갚겠다고? 이자는?" 잔소리 듣고 대출 갚는 앱

입력
2021.02.02 06:30
한종완 올라플랜 대표
1인당 2,000만원의 학자금 대출 상환 도와주는 앱 개발
"대학생도 신용평가 등급도 만들 것"

요즘 대학생을 표현하는 말 중에 하나가 ‘알부자족’이다. 비싼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알바)로 부족한 학자금을 벌어야 하는 학생들을 뜻한다. 그만큼 많은 대학생들이 ‘청년 부채’인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

하지만 태어나서 생전 처음 빚쟁이가 되는 경험을 하는 학생들에게 대출 관리는 쉬운 일이 아니다. 빚을 갚기 위한 상환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면 사회에 나가서도 이자에 짓눌려 힘들게 살 수 밖에 없다.

올라플랜의 한종완(28) 대표는 여기에 초점을 맞춰서 지난해 신생기업(스타트업)을 창업했다. 대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원활하게 갚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를 개발한 것이다.

지난해 올라플랜을 창업한 한종완 대표는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상환을 돕는 앱을 개발했다. 왕나경 인턴기자.


“왜 대출 상환을 졸업 후로 미루죠?’

지난해 9월에 나온 올라플랜은 한마디로 학자금 대출 상환관리 앱이다. 대학생들이 갖고 있는 학자금 대출을 빨리 갚을 수 있도록 상환 계획을 만들어주고 대출이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한 대표가 꼽은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는 상환 계획을 취업 후로 미루는 점이다. “많은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취업 후 갚겠다고 얘기하는데 그 동안 이자가 쌓이는 점을 간과하고 있어요. 만약 취업이 늦어지면 이자는 계속 불어나요. 나중에 보면 깜짝 놀랄 만큼 이자가 쌓이고 제때 갚지 못해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어요.”

이렇게 되면 구직 활동에도 제약이 따른다. “대출을 갚아야 하는 부담 때문에 빨리 취직하려고 눈높이를 낮추게 되죠. 아무데나 들어가서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따라서 한 대표는 대출금 상환을 취업 때까지 기다리지 말라고 강조한다. "하루 500원만 절약해도 대출 이자를 줄일 수 있어요. 졸업 후 취업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학생 때부터 조금씩 갚아야 해요. 그 방법을 앱에 담았어요. 개인마다 다른 환경에 맞춰 대출 상환 계획을 만들어 주죠.”

2009년부터 시작된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은 교육부 산하의 한국장학재단이 총괄한다. 대학생들은 대출을 받기 위한 신용등급 설정이 안돼서 금융기관이 아니라 재단을 통에서만 학자금을 대출받고 상환한다. 학생마다 학기당 1개의 대출 상품을 받는 구조여서 4학년까지 다닐 경우 총 8회, 즉 8개의 대출 상품을 갖게 된다. 연간 학자금 대출을 받는 학생들만 60만명, 졸업생까지 포함하면 학자금 대출을 갖고 있는 사람이 300만명에 이른다. “대학생들이 졸업 때까지 재단에서 받는 학자금 대출은 원금만 평균 2,000만원이에요. 이자는 고정 금리로 연 1.85%입니다. 2009년에는 금리가 연 5.9%여서 그때 대출을 받아 아직까지 갚지 못했다면 연 5.9% 이자를 내야 합니다.”

문제는 상환 과정이 복잡하다는 점이다. 매번 공인 인증서를 이용해 장학재단 앱에 접속해야 하고 메뉴가 너무 많아 무엇을 선택해야 할 지 헷갈린다. 그래서 재단 앱 평가를 보면 평점이 5점 만점에 1점대이고 오류를 지적하는 댓글도 많다.

장학재단 앱의 불편함이 한 대표에게는 사업 기회가 됐다. “장학재단 앱의 불편함을 우리가 덜어주고 해결해주니 어떻게 보면 재단과 상호보완적인 공생 관계죠.”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앱을 내려받아 설치한 뒤 대학생들 대부분이 갖고 있는 장학재단의 이용자번호(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앱과 연동하면 재단의 다양한 학자금 대출 내역이 앱에 나타난다. 정작 재단 앱에서는 한꺼번에 보기 힘든 이용자의 대출 내역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해서 보여준다.

앱은 이렇게 가져온 대출 자료를 분석해 계속 바뀌는 금리와 이용자의 소비 패턴을 반영해서 상환 계획을 자동으로 만들어 준다. “자동으로 상환계획을 만들어주는 기능이 핵심입니다. 이와 관련해 비즈니스 모델 특허 3건을 갖고 있어요.”

대출 상환 계획도 필요하면 이용자가 조절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대출 상품마다 이용자가 조정할 수 있는 슬라이드 막대가 표시된다. “이용자가 하루에 얼마를 절약해 갚을 수 있는지 선택하는 막대에요. 최저 500원부터 최고 1만원까지 선택할 수 있어요. 하루 상환액을 최고 1만원으로 막아 놓은 이유는 그 이상 넘어가면 학생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절약할 수 있는 액수를 정한 뒤 상환 주기를 매 주, 또는 매 달 단위로 선택한다. 이용자가 대출 상환을 위한 특정 요일까지 지정할 수 있다. ‘잔소리 알림’ 기능을 설정해 놓으면 이용자가 상환일을 깜빡 잊고 넘어가지 않도록 휴대폰 문자로 알려준다.

이용자는 여기 맞춰 지정한 날에 조금씩 이자를 갚으면 된다. 다만 앱에서 직접 갚으면 편한데 아직 이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추가 개발을 통해 조만간 앱에서 바로 갚을 수 있는 기능을 넣을 예정입니다.”

이런 편리함 때문에 올라플랜 앱은 출시 석 달만인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이용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 모두 이용자들의 앱 평점이 4점대 후반이다. 중요한 것은 이용자들에게 상환 습관을 길러주는 점이다. “앱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자 갚는 것이 습관이 생기죠. 그만큼 대출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올라플랜 앱은 이용자의 소비 패턴과 학자금 대출 현황을 분석해 적절한 상환 계획을 자동으로 만들어 준다. 올라플랜 제공


“돈 없는 학생들만 대출 받지 않아요” 대학생 직원 덕에 바뀐 생각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한 대표는 스스로 창업 유전자(DNA)가 있다고 믿는다. “스타트업 대표들을 보면 일에 대한 열정과 도전의식 같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딱히 설명하기 힘든 사업에 대한 감각이 있어요. 저도 그런 게 있다고 생각해요.”

졸업 후 개인간(P2P) 금융거래 서비스업체 데일리펀딩에 입사한 한 대표는 금융상품 기획자로 일하며 학자금 대출 관리 사업을 제안했다. “기술이 닿지 않는 금융 영역에 대해 고민을 했어요. 송금이나 이체, 자산관리 등은 모두 정보기술(IT)과 연결돼 있는데 학자금 대출은 그렇지 않았죠. 회사에서 사업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지난해 6월에 스타트업을 만들어 분사했어요.”

사명이자 앱 이름인 ‘올라’는 스페인어로 ‘안녕’이라는 뜻이다. “인사말은 가장 심리적 장벽이 낮은 언어이고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는 말이에요.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향하기 위해 이런 이름을 붙였어요."

직원 10명 가운데 2명은 대학생이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한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실태를 명확히 알기 위해 여러 대학을 다니며 제휴를 제안 했다. 그런데 모두 거절당했고 유일하게 연세대만 손을 내밀었다. “대기업이 아니다 보니 많은 대학들이 믿을 수 없다며 거절했어요. 유일하게 연세대 고등교육혁신원만 관심을 보였고 우수한 학생들까지 직원으로 보내줬어요. 학생들이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쌓는 대신 임금을 연세대에서 지급합니다.”

직원으로 합류한 김인아, 신채린 등 두 명의 대학생들은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점을 스타트업의 장점으로 꼽았다. 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생인 신씨는 “처음 해보는 일이어서 어렵지만 재미있다”며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고 의사 결정이 빠른 점이 좋다”고 말했다.

한 대표도 대학생 직원들을 높게 평가했다. “학자금 대출이 2009년에 나와서 그 이전에 졸업한 사람들은 잘 몰라요. 대출을 받아본 사람들은 문제점과 아쉬운 부분을 잘 알죠. 대학생 직원들은 또래들의 고민을 잘 알아서 다양한 마케팅 아이디어와 이용자환경(UI) 개발에 도움을 많이 줍니다.”

특히 학자금 대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꾼 것도 대학생 직원들이다. “흔히 대출이라면 가난한 학생들이 받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학원 비용이나 노트북 구입비도 장학재단에서 생활비 대출을 받아서 해결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그렇다 보니 요즘은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대출을 갖고 있어요.”

한종완 올라플랜 대표가 학자금 대출 상환을 쉽게 할 수 있는 앱 사용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가장 어린 대출 고객을 확보...대학생 신용평가 등급 만들 것

올라플랜의 장점은 가장 어린 대출 고객을 갖고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 이용자들이 사회 생활을 하면서 앞으로 나올 올라플랜의 금융 서비스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회사와 앱이 이용자와 함께 성장하는 거죠. 앞으로 다양한 금융기관과 제휴해 올라플랜 이용자들에게 금융 상품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아울러 올해 5월까지 신용등급이 없어서 금융 활동에 제약이 많은 대학생들을 위해 신용평가 모델을 새로 만들 방침이다. “올라플랜 이용자들의 경우 대출을 얼마나 잘 갚았는지 자료를 통해 알 수 있어서 신용등급을 산정할 수 있습니다. 이를 신용평가 모델로 만들면 금융기관과 손잡고 대학생들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하거나 각종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죠.”

한 대표는 앞으로 대학들과 손잡고 학생들에게 앱을 보급할 계획이다. “대학들과 제휴해서 재학생들이 모두 올라플랜 앱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생각 중입니다."

이를 통해 올해 상반기까지 1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10만명이 모이면 각 금융기관들과 기업간 거래(B2B) 사업을 할 계획입니다. 데일리펀딩에서 한 일이 금융기관들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이어서 B2B 사업에 자신 있습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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