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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땐 北 경수로 건설 실제 추진도... 과거 사례 보니

입력
2021.02.0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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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북 경주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 모습. 경주=연합뉴스

18일 경북 경주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 모습. 경주=연합뉴스

원자력발전소 건설 등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 자체는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만성적 전력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과거에도 주요 비핵화 담판 때마다 보상책으로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국제기구까지 만들어 경수로형 원전 건설을 추진한 적도 있었지만, 기본 전제인 북한의 핵포기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실패로 끝났다.

2차 북핵위기로 무산된 '제네바 합의' 경수로 건설

북한 땅에서 ‘한국형 원전’이 실제 착공된 건 김영삼 정부 때다.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이후 협상장에 마주 앉은 북미 양국은 이듬해 독일 제네바에서 핵 문제 해결에 합의했다. 북한이 핵시설을 동결ㆍ해체하는 대가로 100만㎾급 경수로 2기를 건설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이행을 위해 한ㆍ미ㆍ일은 95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설립하고 함경남도 신포 지역에서 경수로 건설에 착수했다.

그러나 북한 원전 건설 프로젝트는 공정이 30%가량 진행된 2002년 다시 북한의 우라늄 농축 문제가 불거지면서 멈춰섰다. 이어진 6자회담에서도 별다른 진전이 없자 KEDO 집행이사회는 2003년 12월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 최근 논란이 된 산업통상자원부 삭제 문건 중에는 ‘경수로 백서’와 ‘KEDO 관련 업무 경험자 명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내에서 이 시절 북한 원전 추진 경험에 대한 리뷰가 이뤄졌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도 원전 강조... "러 정부 비밀제안" 보도도

이후 북핵을 둘러싼 숱한 합의와 파기가 되풀이되는 과정에서도 에너지 지원은 계속 중요 의제로 테이블에 올랐다. 그 결과 2005년 9ㆍ19 공동성명에는 “북한이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고, 당사국은 존중을 표명했다. 적절한 시기에 북한에 대한 경수로 제공 문제를 논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2007년 2ㆍ13 합의 역시 6자회담 관련국이 북한에 대한 중유 지원을 결정하면서 나왔다.

김정은 시대에도 원전 건설은 여전히 살아있는 협상 카드 중 하나로 꼽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나라의 전력문제를 풀기 위해 원자력발전능력을 전망성 있게 조성해나가야 한다”며 원전 개발 의지를 드러냈다. 비슷한 시기 “러시아 정부가 2018년 10월 북미협상 교착 국면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에 핵무기 포기 대가로 원전을 제공하겠다는 비밀 제안을 했다”는 미국 워싱턴포스트 보도도 나왔다. 북핵 협상이 진전되면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는 보상책인 셈이다.

국제 협력ㆍ북핵 협상 진전 없이 사실상 불가능

따라서 정부가 내부적으로 이런 상황에 대비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남북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당장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충돌하는 데다, 미국 동의 없이 한국 기술과 장비로 북한에 원전을 짓는 것은 한미 원자력협정 위반이 된다. 무엇보다 원전 건설은 비핵화 로드맵의 최종 단계에서 북한의 NPT 복귀와 사찰 수용 등 조건이 충족됐을 때나 고려할 수 있는 제안으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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