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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려고 올림픽을 했나

입력
2021.02.02 04:30
26면

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의 공개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알펜시아리조트 노조원들이 지난달 8일 강원도청 앞 광장에서 매각 시 노동자의 고용 승계와 고용 안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의 공개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알펜시아리조트 노조원들이 지난달 8일 강원도청 앞 광장에서 매각 시 노동자의 고용 승계와 고용 안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년 전 이맘때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축제는 훌륭했다. 세 차례 도전 끝에 유치한 평창동계올림픽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공적으로 치른 개최지 주민의 열정,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선수들의 도전과 투혼은 감동이었다.

축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남북 교류 물꼬를 터줬고, 우리나라의 국격을 끌어 올렸다. 강원도에는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효과를 가져왔다. 큰 틀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축제 개최자가 일을 다 치른 뒤 빚더미에 올라앉았다면, 더구나 12년 동안 빚을 '혈세'로 갚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온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가 화려하게 포장됐던 동계올림픽의 그 이면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강원도는 2014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겠다며 2006년 평창군 대관령면 일대(419만㎡)에 이 리조트를 짓기 시작했다. 불경기에 초대형 사업을 벌여선 곤란하다는 지적이 없진 않았으나 '올림픽 유치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논리에 묻혔다. 스키점프대 등 스포츠시설에 호텔과 콘도, 고급빌라, 골프장을 총망라한 초대형 리조트였다.

일은 그로부터 3년 뒤 터졌다. 분양에 실패하면서 강원도가 건설비용 1조4,000억원을 빚으로 떠안은 것이다. 현재 강원도에 남아 있는 빚이 7,700억원에 달하고, 지금도 매일 4,600만원의 이자가 나가고 있다. 2008년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도 있었지만, 스포츠와 글로벌 경제를 잘 모르는 비전문가들이 벌인 일의 대가다. 33년 전 치른 서울올림픽 뒤에 철거민의 아픔이 있었다면, 화려했던 평창올림픽 뒤엔 '알펜시아의 눈물'이 있다.

강원도개발공사가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하다 지난달 19일 있었던 네 번째 입찰에서야 매수 의향을 보인 기업들이 나왔다. 예약 매각가는 8,000억원 안팎. 리조트 건설비용과 그동안 혈세로 충당한 비용의 절반에 불과한 돈이다. 밑져도 한참 밑지는 장사다.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강원도 일각에선 한때 언론을 탓한 적이 있다. 더디고 낮은 분양률을 지적하는 기사들이 분양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 그 말에 일리 있다 하더라도 분양 실패 근본 원인은 무리하게 사업을 벌인 강원도에 있다. 그러나 최근 돌아가던 모양을 보면 어느 누구도 이런 분위기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4차 매각을 앞두고 공짜 라운딩과 내기 골프로 물의를 빚은 알펜시아 경영진이 징계를 받았고, 이전에도 1타당 1만원짜리 내기 골프가 횡행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알펜시아가 '실패한 사업의 대명사'로 각인되는 동안 그 누구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사업을 떠맡은 공기업 직원만 고통분담을 강요 받았고, 매각 소식에 알펜시아 직원들은 정리해고 공포로 잠을 설친다.

알펜시아가 없었다면 올림픽 유치를 장담할 수 없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올림픽 유치를 위해선 훌륭한 시설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말이 터무니없는 빚을 져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축제를 자신들의 성과로 포장한 이들은 책임에서 자유롭고, 축제를 위해 헌신한 엑스트라들에 짐을 지우는 알펜시아 사태를 보면서 강원도민들은 이야기한다. "이러려고 올림픽을 했나."

전국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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