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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제와서 탄핵을?" "사법농단 잊었나" 술렁이는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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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임성근(58)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여권의 사상 초유 ‘법관 탄핵’ 추진으로 법원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다만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표면적으로는 “우리는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며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 많지만, 속으로는 “(4년 전 일인데) 왜 이제 탄핵이 거론되는지 뜬금없다”는 의문을 품는 시선도 적지 않다. 한편으로는 법원 내부의 불편해하는 분위기를 두고 “사법농단에 대한 집단적 망각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임 부장판사는 이미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2015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재직 시절,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다룬 칼럼을 써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했다는 게 그의 혐의다. 검찰 수사 결과, 임 부장판사는 해당 사건 재판장이었던 이동근(56)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하더라도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 행적에 대한 기사는 허위임이 입증됐다’는 점을 밝히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 법원은 지난해 2월 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 행위와 관련, “수석부장판사의 직무권한 내에 있지 않아 직권남용죄의 법리상 죄를 물을 수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도 “지위 또는 개인적 친분관계를 이용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였다고 강조했다.
여당이 임 부장판사 탄핵 추진의 이유로 내세우는 건 바로 이 ‘위헌적 행위’라는 법원 판결문의 문구다. 그런 법관이 명예롭게 퇴직, 전관예우를 누리는 변호사가 되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탄핵된 법관은 변호사 등록도 할 수 없고, 퇴직 연금 수령도 불가능하다. 이에 더해 사법농단 사태로 기소ㆍ징계를 당한 고위 법관들 중 임 부장판사가 드물게 ‘현직’이라는 사실도 탄핵 대상으로 지목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ㆍ고영한 전 법원행정처 처장(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모두 법복을 벗은 상태다.
그러나 29일 한국일보가 취재한 결과, 법원 내부는 ‘사법농단 사태 수습 국면에서 국회의 탄핵 추진은 좀 갑작스럽다’며 갸우뚱해하는 분위기다. 4년 전 당시 판사였던 이탄희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폭로로 사법농단 사태가 처음 촉발됐을 때, 아니면 2018년 법관대표회의가 “탄핵소추 절차가 검토돼야 한다”고 의결했을 땐 왜 정치권이 가만히 있었느냐는 얘기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사법농단의 진짜 윗선을 두고 임 부장판사를 탄핵하겠다는 건 의원들이 정치적 책임을 덜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최근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자, ‘법원 길들이기’를 위한 정치적 메시지 아니냐”는 의심마저 나온다.
탄핵의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임 부장판사는 연임을 포기, 3월 1일 부로 민간인이 되기 때문이다. 당장 탄핵소추안이 가결된다 해도, 현실적으로 헌법재판소가 2월 중 심판 결론을 내기는 힘들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의 경우, 헌재 심리에는 3개월이 소요됐다.
그렇다고 임 부장판사를 ‘현직’으로 계속 잡아둘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임기 만료(10년)로 법원을 떠나는 것이고, 현재 진행 중인 징계 절차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변호사 개업을 막을 방법도 현재로선 딱히 없다. 임 부장판사는 1심 무죄에 이어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인데, 아직 1심 판결도 내려지지 않은 박병대ㆍ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해 변호사 개업을 승인해 줬다. 임 부장판사 측도 이날 “변호사 개업을 막을 목적으로 탄핵을 발의하는 건 공직자를 공직에서 배제한다는 탄핵제도의 근본목적에 배치될뿐더러 실익도 없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이 같은 ‘부정적 반응’을 두고 “사법농단이 집단적으로 잊혀져 가고 있는 것으로, 부끄럽다”는 의견도 법원 내부에서 나온다. 일선 법원의 한 판사는 “임 부장판사는 중징계를 받았어야 하는 분인데, 법원 내에서 아무 징계도 안 이뤄졌다”며 “(탄핵 이야기가) 반가운 건 아니고, 국회 움직임이 늦은 감도 있지만,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진행 과정을 지켜보는 게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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