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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스와 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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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로 사적 모임에 대한 제한이 강화되면서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그만큼 여분의 시간이 많아졌지만 삶의 느긋함을 즐기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 남아도는 시간에 비례해 경제적인 압박을 받는 자영업자에게 시간적인 여유란 사치스러운 이야기겠지만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도 저녁이 있는 삶이 익숙하지 않기는 매 한가지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이만큼 성장한 배경의 그림자에는 가정보다 직장을 더 우선시했던 사회 문화적 분위기가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뭐든지 남보다 빨리 해내야 한다는 경쟁의식은 하나의 업무가 끝나기가 무섭게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강박형 인간을 양산한다. 이들은 남들보다 더 많은 업적을 낼수록 점점 더 시간에 쫓기게 되고 급기야 일에 대한 목적의식도 잊은 채 오직 시간의 노예로 전락하게 된다.
완벽을 추구하기 위한 반복적인 생각들을 끊임없이 하지만 결국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하고 마는 것이 강박장애의 전형적인 행동 패턴이다. 스스로 부적절하고 지나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간을 쪼개 가면서까지 반복적으로 무언가를 하려는 몸부림은 결국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한 헛된 노력에 불과하다.
미하엘 엔데(Michael Ende)의 소설 '모모'가 주는 교훈은 시간을 아껴서 얻은 '효율성'이 언젠가는 누릴 수 있는 '저축'이라고 착각하지만 실제로 지나간 시간은 두 번 다시 나의 삶으로 되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스어로 '크로노스(Kronos)'는 연속적이고 순환적인 시간을, '카이로스(Kairos)'는 순간이나 주관적인 시간을 뜻한다고 한다. 어차피 흘러가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지만 그것을 자신만의 특별한 시간으로 만든다는 측면에서 '카이로스'는 기회의 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모래시계에서 모래가 다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항상 일정하다. 인생의 초반부가 너무나 지루하게 느껴지다가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모래시계를 볼 때 경험하는 것과 비슷하다.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의 주장처럼 지구가 태양을 돌기 때문에 누구나 하루를 24시간으로 살아가지만 주관적인 시간의 감각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특수상대성원리'처럼 속도에 따라 상대적이다. 모든 사람의 카이로스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살면서 수도 없이 실수와 잘못을 반복한다. 영화 어바웃 타임(About time)에서라면 장롱에 들어감으로써 시행착오(trial and error)를 번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서 새로운 선택을 하는 꿈을 꾸기도 한다. 그러나 인생이 단 한 번뿐이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진리이다.
인생의 시간을 가치 있게 사용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즐기고 남의 시간을 욕심내지 않는 것이다. 누구나 노력하지 않아도 공평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시간'이지만 노력을 한다고 더 가질 수는 없다. 미국의 시인 칼 샌드버그(Carl Sandburg)는 '시간은 우리 각자가 가진 고유의 재산이며 남이 대신 사용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했다. 달콤한 언어가 시간을 유혹해도 카이로스는 자신의 심장으로만 감지되는 시간이며 진실의 시계는 오직 한 방향으로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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