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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활 걸린 미래차 전쟁,  한국은 어디에

입력
2021.02.01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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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대중화의 원년'으로 꼽히는 2021년은 시작부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바이두 등 글로벌 IT 공룡들의 미래차 시장 진출 소식으로 요란하다. 애플은 최근 '애플카' 출시계획과 현대차그룹과의 협업설로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으며, MS는 제너럴모터스(GM) 자율주행차에 거액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바이두는 지리자동차와의 전기차 합작법인 설립을 선언했으며, 텐센트도 지리차와의 기술개발에 합의했다. 구글 웨이모 역시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 르노·닛산 등과 연합전선을 구축하며 로봇택시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IT 기업들과 완성차 업체 간의 합종연횡이 발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는 전동화, 연결성, 자율주행 등이 특징인 미래차 시대로의 대전환이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즉, 과거 통화 수단에 불과했던 휴대전화가 모바일 인터넷과 함께 현재의 스마트폰이 된 것처럼, 지금까지는 이동 수단에 불과했던 내연기관차가 전기차, 커넥티드카, 완전자동주행차 등의 발전단계를 거치며 스마트카로 변모해 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스마트카로의 변환기인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시장 지배력 확보는 커녕 생존조차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이종 산업 간 협력 모델에 불을 붙였다. 오랜 기간의 누적적자와 수차례 경영 위기를 넘기고 모빌리티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테슬라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IT 기업의 소프트웨어 역량과 완성차 업체의 하드웨어 역량을 결합하여 효율과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빌리티 시장의 변화는 제조에 집중된 국내 기업들에게도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5위를 기록한 현대차그룹은 미래차 시장에서 뒤처졌다는 위기감에 자율주행업체 앱티브와의 합작사 설립 등을 통해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LG와 삼성, SK그룹 역시 차량용 반도체, 배터리, 구동시스템,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 대표 기업들 간 협업 범위도 점차 넓어지면서 'K-모빌리티'의 성장도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자동차 강호들은 물론 글로벌 테크기업들까지 팔걷고 나선 미래차 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처한 상황은 여러모로 녹록지 않다. 정부의 반기업적 행보로 인해 기업과 기업인을 옥죄는 반시장적 정책들이 발목을 잡고 있는데다, 미래차 산업에 대한 정부의 투자나 지원은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새로 출범한 바이든 정부는 미국산 제품·서비스를 우선 구매하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을 선언하며 국내 기업들을 당혹게 하고 있다.

미래차 시장은 더이상 컨베이어 벨트식 조립산업이 아니다. 스마트폰에서 스마트카로 이어지는 시장 지배력을 놓치지 않으려는 IT 기업들과 스마트폰으로의 혁신에서 낙오돼 침몰한 노키아나 블랙베리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기존 자동차 업체들 간의 생사를 건 각축장이다. 계속되는 노사 갈등으로 변혁의 기회를 놓치고 스러져가는 외자계 3사(쌍용차, 한국GM, 르노삼성)의 위기는 살벌하게 양극화되는 업계의 현실이다.

점차 심화되는 미중의 보호무역주의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미래차 경쟁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을 보호하고 지원해 줄 수 있는 정부의 진정한 노력과 과감한 투자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전승화 데이터분석가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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