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이용구 폭행의혹 조사 착수... 택시기사에 경위 파악

택시기사 "이 차관, 삭제 요청… 필요없어 지웠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차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장면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을 담당 수사관이 묵살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인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진상조사단)이 피해 택시기사를 대면 조사했다.

28일 한국일보가 사건 관계인 등을 통해 파악한 결과에 따르면, 진상조사단은 25일 이 차관 폭행 사건의 택시기사 A씨를 불러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진상조사단을 꾸린지 하루 만이다.

택시기사 A씨는 경찰의 참고인 조사에서 수사관의 블랙박스 영상 확인 정황과 사건 개입 여부 등을 진술했다.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을 본 서울 서초경찰서 경찰관이 "못 본 것으로 하겠다"고 말한 취지와 경위 등을 A씨에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수사관에게 그런 취지의 말을 들은 것은 맞지만, 이 차관과 이미 합의를 끝내고 처벌불원서까지 제출한 상황이라 별다른 대응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조사단은 이 차관이 합의 과정에서 영상을 지워달라고 요구했는지 여부도 확인했다. A씨는 "이 차관이 합의 당시 영상을 지워달라고 부탁했지만, 영상 삭제가 합의 조건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추후 영상을 삭제하긴 했지만, 이 차관의 요구에 따른 것이 아니라 필요가 없어서 지웠다는 것이다.

이 차관은 자신이 A씨에게 블랙박스 영상 삭제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24일 변호인을 통해 "택시기사의 진술 내용을 갖고 진위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또 다른 고통을 줄 우려가 크다"며 "그런 태도는 공직자가 취할 도리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