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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가 있어야 성평등 정책도 탄력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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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29일은 여성가족부 출범 20년이 되는 날입니다. 2001년 출범한 여성가족부는 21세기의 상징이지만, 그 상징성 때문에 무용론, 폐지론에도 시달려왔습니다. 여성가족부의 미래를 전망해봅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예산도 권한도 많은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이었다면, 이 문제가 더 신속하게 풀리지 않았을까요."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 대표의 한숨이다. 양해연은 지난해 큰 성과를 거뒀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실명을 공개하는 웹사이트 '배드파더스'를 개설했고, 국민참여재판까지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 덕에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에는 갈라섰다는 이유로 양육비를 떼먹고 안 주는 이들에 대해 △실명 공개 △최대 징역 1년 △출국 금지처럼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안이 담겼다. 경찰도, 법무부도 완강히 반대하던 조항들이었다.
이 성공의 뒤편엔 '내 손으로 직접 할 수밖에 없다'는 각성이 있었다. 이혼 뒤에 아이 양육비를 나몰라라 하는 일은 오래된 고질병이다. 하지만 제대로 들어주는 곳이 없었다. 여가부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있었지만, 감치명령 정도가 전부였다. '더 힘있는 복지부였다면'이라는 이 대표의 말은 그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여가부에 서운한 건 더 있다. 이 대표는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때도 여가부의 태도가 소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처럼 여가부에서 차라리 가족 업무를 떼내자는 주장은 오래 됐다. 일부에선 아예 '아동가족부'를 따로 만들자고까지 한다. 여가부도, 보건복지부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공적 돌봄의 영역을 아동가족부에다 맡기자는 것이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사망 사건은 결국 공적 돌봄 문제"라며 "여가부가 이 문제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걸 본 적 없으니 차라리 새로운 부처를 만들자”고 말했다.
젊은 페미니스트들도 일부 공감했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는 “낙태죄 폐지 이후 여성 건강 문제, 늘고 있는 비혼 여성,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대응 등 여성을 둘러싼 새 의제들이 줄잇고 있다"며 "영국이 '외로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만들 듯 부처를 과감히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책 전문가들은 '미워도 여가부'를 내세운다. 성평등이라는 관점에서 일관된 접근을 할 수 있는 부처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가족' 문제도 마찬가지다. 보육 업무가 한 예다.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보육 사업을 복지부가 맡다보니 지금은 '가족' 지원 형태로 접근한다"며 "하지만 보육 문제는 '여성노동' 지원 방식으로 접근해야 올바른 대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2005년 사라진 성차별금지법 대신 '성차별·성희롱 금지 및 권리구제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여가부에게 성희롱·성차별 문제에 대해 조사하고 시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자는 것이다. 역할과 권한을 주고 비판하자는 얘기다.
이런 주장들은 결국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로 이어진다. 사실 성평등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이기도 했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기존 부처 조직인 여가부에 실권을 주고, 성평등 문제만 다루는 독립기구가 만들어져야 장기적·통합적 관점의 성평등 정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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