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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러시아 가스관' 사업, 美 유럽 동맹 복원 시험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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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독일로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해저 가스관 ‘노드스트림2’ 건설 사업이 미국과 유럽의 동맹관계 복원 여부를 가늠할 시험대로 떠올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러시아의 팽창을 이유로 사업에 반대한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다시 제재 카드를 꺼내 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독일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혀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유럽연합(EU) 핵심 우방인 독일과의 충돌이 길어질 경우 유럽을 동맹 활용 기반으로 삼으려던 바이든 행정부의 구상이 초반부터 틀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노드스트림2 사업은 유럽에 나쁜 거래라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포함된 제재 조치 적용까지 들먹였다. 가스관 설치ㆍ장비 회사 및 선박 보험사 등 사업 전반을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이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 행정부를 계승한 몇 안 되는 정책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러시아 해저 파이프 부설선과 선박 소유주를 제재했다.
그러나 독일은 미국의 엄포에 개의치 않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노드스트림2는 현재 2개 라인으로 운영 중인 가스관에 2개 라인을 추가하는 사업이다. 완공되면 연 550억㎥인 가스관 용량이 두 배(1,100억㎥)로 커진다. 총 길이 1,230㎞, 건설비 95억유로(12조7,650억원)가 들어간 매머드급 공사로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19년 12월 미국의 제재 경고로 공사가 일시 중단됐는데, 지난달 공정이 재개되면서 미ㆍ독 갈등의 핵심 의제로 재부상했다.
미국의 반대 논리는 간단하다.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에 의존할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치ㆍ경제적 영향력도 커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유럽 일각에서도 이 사업이 러시아가 발트해에서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에는 EU 의회가 러시아 야권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체포에 대응해 공사 중단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반면 독일은 미국의 꿍꿍이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남아도는 천연가스를 유럽에 수출하려 주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사업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스관이 막히면 석유 98%, 천연가스 92%를 수입에 의존하는 독일 경제는 치명타를 맞는다. 독일 정부는 “석탄ㆍ원자력 에너지 비중을 낮추고 있어 재생에너지 공급이 충분해질 때까지는 천연가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제재에 대비한 보완책도 마련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가스관이 들어오는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州) 정부는 건설 참여 회사들이 피해를 입을 경우 부품과 기계 등을 인수할 수 있도록 이달 초 공공재단을 설립했다. 주 대변인은 “생산처가 한정된 최첨단 전문 품목은 미리 확보해 둘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제재의 칼날을 피하기엔 대응 수단이 취약해 당분간 미국과 독일의 냉각기를 점치는 시선도 적지 않다. 클라우디아 뮐러 독일 하원의원은 “제재 대상이 공공기관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고에서는 고작 25만유로(약 3억원)를 받고,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으로부터 무려 2,000만유로(약268억원)를 지원받는 공공재단의 재정구조에 근거한 우려다. 주베를린 미국대사관은 “러시아에서 자금 대부분을 댄다는 건 가스관 사업이 단지 상업적 거래가 아니란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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