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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구독비로 둔갑한 美 백신 연구 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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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중보건 문제를 해결하라고 조성된 기금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 들어간 사실이 드러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감염병 관리에 쓰여야 할 돈이 사무 집기 구입비로 둔갑하는 등 줄줄 샌 것이다. 편법 관행이 지속된 기간만 10년에 달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27일(현지시간)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특별조사국(OSC)은 이날 보건복지부 산하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의 회계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200쪽이 넘는 보고서에는 BARDA가 연구에 할당된 수백만달러의 자금을 원래 목적과 맞지 않는 업무에 사용된 사실이 담겼다. 사무용 가구 철거부터 신문 구독, 타 부서 급여 지급 등 연구기관에 어울리지 않는 온갖 편법이 난무했다. 2006년 설립된 BARDA는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의료대책 마련 등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복지부 질병예방대응본부 직속기구다.
비리 행위는 2018년 5월 익명의 내부고발을 통해 꼬리가 잡혔다. 고발자는 당시 “BARDA의 백신 개발 자금이 2010년부터 잘못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고, 복지부 감찰부와 OSC 감사팀은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헨리 커너 OSC 특별검사는 “코로나19 대유행처럼 응급 보건 상황에 필요한 예산이 남용돼 당혹스럽다”며 “10년 동안 이런 관행이 얼마나 널리 퍼졌는지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감사를 담당한 수사관들 전언에 의하면 기관 내 자금 오용은 너무 흔해 내부에서는 “BARDA 은행”이라는 말까지 떠돌았다고 한다. 감사 결과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
다만 불법ㆍ편법 사용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대신 2019년 회계에서 약 2,500만달러(약 280억원)가 BARDA에서 질병예방대응본부로 들어 간 증거와 2007~2016년 약 5억1,780만달러(5,790억원)의 사용 내역이 기재되지 않은 정황이 감사 보고서에 적시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복지부 차관보를 지낸 니콜 루리는 WP에 “모든 지출은 엄격한 감독 아래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며 감사 결과를 부인했다. 복지부 측은 별도 논평을 내지 않았으나 외부 회계법인을 고용해 자체 감사를 시행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감사는 2019년 회계까지 들여다 봐 코로나19 백신과의 연관성은 떨어진다. 그러나 오바마ㆍ트럼프 행정부 때 창궐한 에볼라ㆍ지카바이러스 대응과는 무관하지 않아 책임 추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커너 특별검사는 “의회와 보건당국이 공중보건 예산이 다시는 비자금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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