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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무시한 고발 NO" 정의당이 말하는 '공동체적 해결'이란

입력
2021.01.2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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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미(가운데) 정의당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사건으로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하며 고개 숙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강은미(가운데) 정의당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사건으로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하며 고개 숙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성폭력 사건의 공동체적 해결'.

원내 정당 대표가 가해자, 현역 의원이 피해자라는 점에서 전대미문인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 성추행 사건에서 이런 낯선 용어가 등장했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엄정한 사법처리'를 부르짖던 정치권에는 특히나 생경한 말이다. 정의당은 기성정당이 성폭력 사건 대응에서 '가보지 않은 길'을 통해 피해자 보호라는 대원칙을 지켜내겠다는 입장이다.

전제조건은 피해자의 '동의와 신뢰'

성폭력 사건의 해결을 수사기관과 사법부에 맡기지 않고 공동체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규정에 따라 스스로 풀어가자는 게 '공동체적 해결'의 기본 개념이다.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다시 공동체로 복귀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법적 대응을 중심으로 한 성폭력 사건 대응이 오히려 공동체가 범죄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피해자를 배척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전제조건은 피해자의 적극적 동의다. 만약 공동체가 피해자의 의사를 꺾고 형사고발을 막는다면 이는 '공동체적 해결'이 아니라 '공동체적 무마'다. 이번 사건에선 피해사실을 접수받은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가 △고소 △공동체적 해결 등 해결 방안을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에게 설명했고, 장 의원이 공동체적 해결 방식을 요구했다. 장 의원이 26일 페이스북에서 보수단체의 사건 고발을 두고 "의사와 무관하게 저를 끝없이 피해사건으로 옭아넣는 것"이라고 비판한 건 이런 맥락에서다.

또다른 전제조건은 문제해결 능력이다. 피해자가 공동체의 신속한 조사를 통해 가해자가 엄정하게 징계받고, 사건이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정의당은 18일 피해사실을 접수한 후 피해자인 장 의원을 7차례, 가해자인 김 전 대표를 2차례 조사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배복주 부대표는 조사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를 25일 대표단 회의에서 공유했다. 대표단은 만장일치로 김 전 대표 직위해제와 징계 회부를 결정했다. 가해자는 같은날 입장문을 내고 사실을 인정했다.

"성폭력 대응모델 될 수 있다" 평가...당원 신뢰 구축이 과제

전문가들은 정의당이 보인 '공동체적 해결' 방식이 성폭력 사건 해결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27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성폭력 문제의 적절한 처리는 피해자의 경험과 의사를 중심에 두는 것"이라며 "정당에서 성폭력 사건 이후 이에 대응하는 시스템이 작동했다는 점에서 정의당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윤미 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도 이날 통화에서 "이미 발생한 성폭력에 추가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모습은 다른 정당도 참고할 만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남은 과제는 당원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일부 정의당 당원들은 성추행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당 지도부의 '일괄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다. 지도부는 '공동체적 해결' 방침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배복주 부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사건을 그냥 경찰에 넘기는 것보다 당에서 끝까지 가해자에 대한 책임을 묻고 해결하는 것이 더 무겁게 책임을 지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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