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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live)는 것은 산다(buy)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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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에서 예상했던 코로나19발 '보복성 소비'는 빛바랜 청사진이 된 지 오래이다. 요즘 영국에서는 기원을 나타내는 B.C & A.D를 코로나19에 빗대어 BC(Before Corona Virus)와 AC(After Corona Virus)라고 한단다. 본래 B.C & A.D의 기준은 예수가 태어난 해로 예수가 태어나기 전은 기원전-B.C(Before Christ), 예수가 태어난 후는 기원후-A.D(Anno Domini)라고 한다. 농담 반 진담 반이겠으나 코로나19가 우리에게 가져올 변화가 그만큼 크기에 이 영국식 재치의 뒷맛이 쓰다.
유통가의 보복성 소비라는 청사진은 그 빛이 바랬으나 '코로나19 시대 소비의 BC & AC'는 우회적으로 보상 심리와 유사한 '보상소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보상소비는 사전에도 없는 말이라 극과 극의 '고가의 보상소비' '감정적 보상소비' 현상을 소개해 본다.
고가의 보상소비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결혼이다. 결혼의 백미인 결혼식, 신혼여행, 신혼집이 모두 난항이다. 전셋값 폭등부터 양도소득세까지 오르면서 언감생심 집은 꿈도 못 꾸게 된 세대에게 코로나19 때문에 신혼여행도 결혼식도 제 맘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보상소비로 결혼 관련 예물이나 혼수용품을 고가로 소비하고 있어 백화점의 시계와 쥬얼리, 명품의 매출이 껑충 뛰었다. 이를 두고 과소비라고만은 할 수 없다. 100만원짜리 살 것을 신혼여행도 맘 편히 못 가니 150만원짜리 사겠다는 걸 누가 말릴 것이며 그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을까? 보상소비뿐이다.
감정적 보상소비로는 중고 거래가 있다. 당근 마켓을 그 예로 들고 싶다. 루이뷔통마저 뛰어든 '핫'한 중고 거래 시장이나 보상 소비관점에서는 당근 마켓이 알맞다.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인 곤도 마리에의 말처럼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를 실천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당근 마켓으로 '설레지 않으면 팔아라'로 인식도 바뀌었을 것이다. 환금성 좋고 동네 지향의 소셜네트워크 성격도 있기에 '어디 가서 말 못 할 사정에 의한 소비나 나눔'으로 감정적 보상도 받을 수 있다. 한 예로 필자네 동네의 한 셀러 분은 맹추위로 힘들던 몇 주 전, '남성용 가죽장갑 오른쪽만 구한다'라는 글을 올리며, 짝짝이라도 끼고 다니겠다고 덧붙였다. 필자가 남자였다면 진정으로 주고 싶었다. (단편 웹 소설 한 권은 족히 나올 이 시대 남성의 이야기가 그 셀러에게 있었을 것만 같다) 당근 마켓 외에 이렇게 담백한 감정적 보상 소비가 가능한 곳이 있을까?
소비자들은 마치 사랑을 하는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하고 있다. 욜로족(You Only Live Once-스스로의 행복을 위해서 소비하는 사람들), 플렉스(Flex-재력이나 비싼 물품을 과시하는 행태), 탕진잼(재물을 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 시○비용(홧김에 스트레스를 받아 지출하게 되는 예상치 못한 비용-택시비, 고급 서비스 등)은 '보상소비'라는 관점에서 코로나19에도 계속될 것이다. 미국의 전국 소비자 연맹의 초대 사무국장이었던 플로렌스 켈리(Florence Kelley)가 말했던 것처럼 '산다(Live)는 것은 산다(Buy)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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