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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내 말고 결자해지를”…버티면서도 초조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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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끓는 물로 개구리를 삶았다. 반면 바이든은 미지근한 물을 들이부으려 한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전략적 인내’를 대중 정책 기조로 밝히자 중국이 조바심을 내고 있다. 상황개선은커녕 트럼프 정부 시절 최악으로 치달은 미중 관계의 족쇄가 앞으로 상당기간 유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은 다시 경제체력을 앞세워 ‘장기전’을 각오하면서 미국에 맞섰다. 다만 내달 1일 중국 외교사령탑이 미국을 향한 메시지를 발신하겠다고 예고하는 등 접촉면을 넓히는데 공을 들이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줄곧 ‘새로운 전략’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략적 사고’는 트럼프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중국의 판단이다. 충동적이고 격한 방식으로 대립을 조장해온 전임 정부와 마찬가지로 미국은 중국에게 여전히 위험한 존재라는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정세가 총체적 난국이라 중국을 겨눈 방향타를 제대로 맞출 겨를도 없다. 따라서 미국이 표방한 ‘전략적 인내’는 기존의 대중 강경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세부적으로 공략할 시간을 벌기 위한 전술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중국은 의심한다. 뤼샹(呂祥)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27일 “바이든 정부가 급진적인 방식은 배제하겠지만, 여전히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여기면서 적대적인 입장이라 갈등이 고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중국도 미국과 똑같이 ‘인내’를 내세웠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2019년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장기전과 진지전을 주문하며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독려하던 때와 흡사하다. 장웨이웨이(張維爲) 푸단대 중국연구원장은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가장 자신 없는 시기”라며 “중국은 전략적으로 침착하게 인내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미국과 대치하며 수세에 몰리는 건 중국에게 달갑지 않은 일이다. 트럼프 집권 기간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고 계속 끌려 다녔던 뼈아픈 기억이 선명한 탓이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가 이날 관영 CCTV 인터뷰에서 “인내심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성과 성의도 있어야 한다”고 미국을 향해 촉구한 것도 그 때문이다. 또 추이 대사는 지난해 7월 미국의 일방조치로 폐쇄된 휴스턴 주재 중국총영사관을 거론하며 “결자해지의 자세로 미국 측이 먼저 선의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각종 경제지표를 제시하며 미국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지난해 해외직접투자(FDI)가 4% 증가해 사상 최초로 미국을 눌렀고, 중국 경제는 2.3% 성장한 반면 미국은 3.6% 가량 성장률이 감소할 것이란 수치를 내밀었다. 미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갈수록 불리해질 것이란 압박이나 다름없다. 허웨이원(何偉文) 중국국제무역학회 중미유럽연구센터 주임은 “인내한다고 바이든이 부처님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4년간 트럼프 정부의 탄압으로 오히려 중국은 발전하고 미국은 쇠퇴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미국을 견제하고 공박하면서도 중국은 한편으로 유화 제스처를 보내려 분주하다. 한때 방미 가능성이 거론되던 양제츠(楊潔?)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내달 1일(현지시간) 미국의 비영리단체 미중관계전국위원회(NCUSCR) 초청으로 화상 연설에 나선다. NCUSCR은 “미중 관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강연할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미국 청중을 대상으로 중국의 입장을 밝히는 건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25일 시 주석이 다보스포럼에서 ‘다자주의’를 강조하며 미국을 겨냥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우회적인 언사일 뿐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관계 개선의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무원 부총리를 지낸 쩡페이옌(曾培炎)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이사장은 “중미 양국은 1단계 무역합의를 객관적이고 포괄적으로 평가해 조속히 새로운 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무역협상 1단계 합의 이후 양국 간 고위급 교류는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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