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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불’ 껐다지만…정의당 위기에 브레이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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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의 소속 의원 성추행'이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은 정의당은 그나마 급한 불은 잘 껐다는 평가를 받는다. 피해자를 최우선시한 침착한 대처 덕분에 아직까지 2차 가해 논란은 없다. 가해자인 김종철 전 대표는 신속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자리에서 물러났고, 당은 ‘무관용 원칙’에 입각해 징계 절차를 시작했다. 피해자 장혜영 의원은 당내에서 대체로 지지를 받고 있다. 잇단 광역지자체장 성폭력 사건에서 2차, 3차 가해 논란을 낳은 더불어민주당과 대조적이라는 호평도 나오지만, 거기까지다. 문제는 불을 잘 껐다고 해서 불에 타 무너진 집이 되돌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26일 “성평등은 정의당 강령일뿐 아니라 진보 정당의 정체성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런 정의당의 대표가 소속 의원을 성추행 했다는 기막힌 사실은 정의당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정의당이 2012년 창당 이후 늘 잘해온 건 아니다. 지난해 21대 총선 선거제 개편을 의식해 '조국 사태' 때 애매한 태도를 취해 오랜 지지자들을 실망시켰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정의당 전신 격인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차지한 뒤로 총선 성적은 내내 내리막길이었다. '수권 정당'보단 '더불어민주당 이중대'로 불리는 일이 많았다.
그럼에도 정의당이 한국 정치 지형에서 소중한 존재로 여겨진 건 정치 공학보다 평등·인권 존중이라는 '가치’를 앞세운 정당이라는 평가 때문이었다. 김 전 대표의 성추행으로 정의당은 핵심 가치인 성평등에 치명상을 입었다. 그간 여러 정치적 실책과 상처의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심각성은 정의당도 잘 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성폭력과 인권 문제에 있어서 우리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가고자 했던 정의당에서도 문제가 여과 없이 드러났다. 정의당에 무한한 관심과 애정을 보내 준 국민 여러분에게 말로 설명하기 힘든 고통과 좌절감을 안겨드렸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안다”라고 사죄했다. 그러나 쇄신 방안이 마땅치 않다.
정의당은 이날 비상대책회의를 설치했다. 김 전 대표를 제외한 현 지도부가 비대위를 구성했다. 그러나 위기에 처한 정당이 비대위를 구성하고 당의 얼굴을 교체하는 건 다소 기시감 이는 쇄신책이다. 4월 실시되는 서울ㆍ부산시장 등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정의당이 그렇게 한다 해도 ‘과감히 내려놓는다’는 감동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정의당이 4월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기 돌파에 앞장 설 리더십의 공백도 가볍지 않다. 노회찬, 심상정에 이어 진보 정당의 새로운 간판으로 주목 받았던 김 전 대표는 스스로 몰락했다. 이에 4선 중진이자 여성인 심상정 의원의 재등판 가능성까지 거론되지만, 지난해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당대표에서 물러난 심 의원이 시선을 받는 상황 자체가 정의당의 인물난을 방증한다.
심 의원은 당대표 시절이던 지난해 장혜영, 류호정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 조문을 거부한 데 대해 대리 사과를 하기도 했다. '심 의원이 최선의 리더십이냐’는 의구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진보 정치의 더 먼 미래를 위해 발전적으로 당을 해체해야 한다’ 주장마저 일부에서 나온다. 그러나 소수자 정치 전문가들은 해체는 답이 아니라고 우려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대표는 “다음 지도부를 구성할 때 성인지 감수성과 성폭력 문제에 대한 개선 의지 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당 해체 보다는 586 세대가 물러나고 다음 세대가 지도부를 맡는 전면적인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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