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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간 피해자는?...너무 늦은 민주당의 '370자'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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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6일 지난해 7월 알려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뼈를 깎는 쇄신의 노력으로 공당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박 전 시장 피소 사실을 유출한 당사자로 지목된 남인순 민주당 의원도 이날 “변명할 여지 없는 불찰”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전날 국가인권위원회가 박 전 시장 사건을 성희롱 사건으로 결론 짓자, 6개월 만에 당 차원의 사과를 한 것이다. 하지만 그간 피해자가 당한 고통을 책임지겠다는 명확한 언급은 없었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25일 박 전 시장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민주당은 인권위의 결과를 존중하며, 피해자와 서울시민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신 대변인은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인권위의 권고사항을 이행하겠다”며 “성인지적 정당문화를 위해 더 낮은 자세로, 더 책임감을 가지고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날 사과는 200자 원고지 2매 분량도 되지 않는 373자에 그쳤다. 민주당 지도부의 별도 메시지도 없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이날 중앙당 교육연수원 발대식에서 "4월 서울ㆍ부산시장 재보궐선거와 입후보자에 대한 성평등 교육을 충실히 잘해주시기 바란다"고 한 발언이 전부다. 인권위 결정에 당이 마지 못해 고개를 숙인 인상이다.
당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장까지 지냈지만, 사건이 알려진 이후 이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비판을 받았던 남인순 민주당 의원도 이날 “박 전 시장 성희롱 등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사과했다.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지칭해 2차 가해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지적에도 “짧은 생각으로 피해자가 더 큰 상처를 입게 되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박 전 시장 측에 피소 사실을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해 남 의원은 이날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사건 당시 제가 서울시 젠더특보와 전화를 통해 ‘무슨 불미스러운 일이 있는지’ 물어본 것이 상당한 혼란을 야기했다"며 "이는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는 저의 불찰”이라고만 했다. 여성단체 등에서 요구한 의원직 사퇴 요구에도 답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이런 태도는 정의당이 전날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신속히 사과했으며 △대책마련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 야권에서는 "민주당이 권력형 성범죄에 '무관용'이 아닌 ‘유(有)관용’ 원칙을 적용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민주당은 전날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의혹을 향해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최인호 수석대변인)이라고 반응해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참담하다'는 성찰의 목소리가 나왔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도 정의당과 같은 문제와 과제를 안고 있는데 '충격'과 '경악'이라며 남이 겪은 문제인 듯 타자화하는 태도가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했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출신으로 여성인권문제 전문가인 권 의원은 “민주당은 반복돼 일어나는 권력형 성범죄의 원인을 적극 드러내고 반드시 해결해 내야 하는 책무를 잊으면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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