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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깃발과 장갑차… 기대와 긴장 공존하는 하노이의 권력교체 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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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일간지 최초로 2017년 베트남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 가 2020년 2월 부임한 2기 특파원을 통해 두 번째 인사(짜오)를 건넵니다. 베트남 사회 전반을 폭넓게 소개한 3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베트남의 오늘을 격주 목요일마다 전달합니다. 한국일보>
녹색 호수를 덮는 회색 안개와 황갈색 프랑스풍 건물들. 세 가지 색깔만 도드라지던 하노이의 겨울이 올해 유난히 붉다. 13차 공산당 전국대표회의(당대회) 개최를 자축하는 당 깃발 8,000여개와 대형 포스터 60여개가 한달 내내 도심을 붉게 물들여서다. 게다가 대로변 일반 가정집과 가게들 모두 빨간 베트남 국기를 내걸었다. 하노이 전체가 5년만에 돌아온 최고 지도부 교체를 잔뜩 기대하는 분위기다.
25일 새벽 6시30분, 어스름부터 노란 제복 경찰, 검은 군복 군인들이 바딘 광장부터 당대회 개최지까지 6㎞가 넘는 주요 도로를 통제했다. 가뜩이나 악명 높은 하노이 출근길은 오토바이와 차들이 늘어선 주차장으로 변했지만 아무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그들 앞으로 위압감 가득한 장갑차와 군용 트럭, 고급 차량을 선두로 공산당 대의원 1,587명이 탄 버스 60여대가 줄지어 지나갔다. 당대회 기간 24시간 총동원령이 내려진 공안 역시 인근에서 조용히 체제 유지를 위한 보안 활동을 벌이고 있을 게다.
13차 당대회의 시작은 국부 호찌민이 잠든 바딘 광장에서 시작됐다. 응우옌쑤언푹 국무총리 등을 필두로 중앙당 정치국 위원과 주요 당 인사가 의장대 사열을 배경으로 비장하게 헌화했다. 치열한 토론과 경쟁이 벌어질 당대회장과 달리 광장은 차분했다.
이들이 이동한 1만5,000㎡의 국립컨벤션센터는 이미 거대한 요새로 변해있었다. 일주일 전부터 폭발물 탐지 부대가 전 영역을 이 잡듯이 수색했고, 진입 차량 역시 모두 치밀한 폭발물 검색을 받는다. 주요 입구에는 도청 방지를 위한 통신병들이 배치됐고 대테러 부대도 대기하고 있다. 전국의 핵심 국가 인력들이 한 장소에 모였다는 긴장감은 당대회에 동원된 군경이 6,000여명이라는 사실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도 대폭 강화했다. 현장 반입 물품과 인력에 대한 검역이 일주일 전부터 진행됐다. 취재진을 포함한 참가자 2만여명 전원도 사전에 두 차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비상 의료센터가 설치된 국립컨벤션센터에는 의료진 500여명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드디어 이날 오전 전국 공산당원 510만명이 선출한 대의원 1,587명이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 당대회 첫 일정의 막이 올랐다. 베트남전 종전 직후인 1976년 열린 4차 당대회 당시(150만명)보다 3배 이상 많은 당원이 뽑은 대의원은 역대 최다였던 12차보다 80명이 많다. 이들 중에는 여성 222명과 소수민족 대표 175명도 포함됐다. 대의원 평균 나이는 52.2세, 70세 이상은 3명, 40대 이하는 57명이다. 미래를 향하는 나름 의미 있는 숫자라는 게 베트남 공산당 설명이다.
첫 준비 회의에서 대의원들은 △대의원 자격 검증 방식 △실무회의 규정 △투표 방식 등을 심의하고 의결했다. 향후 당서기장 선출의 첫 관문이 될 중앙위원 200명 포함, 정치국 위원 등 후보자 통과 기준이 정해졌다. 투표는 중앙군사위원회가 제공하는 개표 시스템을 사용하기로 결정됐다. 9일간 대장정을 위한 기본 룰이 정해진 셈이다. 더불어 한국 언론사 중 유일하게 현장 취재에 참여한 한국일보를 포함 26개 외신과 190여개 베트남 현지 매체에서 파견된 취재진 500여명의 동선도 명확해 졌다. B0~6로 나눠진 취재 등급을 통해 개별 회의 및 현장 접근 여부가 규정된 것이다.
공식 개회를 선포한 26일부터 8일간은 지난 과거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계획을 수립한다. 대의원과 1차 선출될 중앙위원 200명은 우선 1986년 6차 당대회에서 선포한 '도이머이(개혁개방)' 수행 35년을 정리ㆍ평가한다. 이를 수정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변화ㆍ계승한다는 의미다. 이어 12차 당대회 최종 결의안이 얼마나 잘 이행됐는지 등을 따진다. '사회주의 지향 시장경제 체제 유지' 등을 명시한 2013년 개정 헌법에 대한 토론과 지난 5년간 진행된 공공부문 비리 척결 성과 등도 점검한다.
이후 '2025년 베트남 1인당 국민총생산(GDP) 5,000달러 달성'을 위한 구체적 방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2019년 2,551달러인 베트남 GDP를 향후 5년 두배 가까이 늘리겠다는 것인데, 연평균 성장률 6.5~7% 유지가 관건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ㆍKOTRA) 관계자는 "베트남 새 지도부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제선 통제 등을 한동안 지속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현재의 수출 활성화 기조와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를 통한 경제성장 동력 마련 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낮 동안 치열한 논의와 토론의 수면 아래에선 차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치열한 수싸움이 진행된다. 모든 논의와 지도부 인선 결과는 당대회가 종료되는 다음달 2일 전후 공식 발표된다. 단언컨대, 그날까지 하노이의 밤은 붉은 낮보다 더 뜨겁고 치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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